선천성 희소복합혈관질환인 KT 증후군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관찰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말, 청소년기에 들어선 아이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다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혹시 이전에 없던 무언가가 새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오랜만에 MRI를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었으나 아이가 어려 시도하지 못했던 림프신티그래피라는 검사도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담당 교수님과 상의해 입원 예약을 한 것이 작년 12월의 일이다. 토요일 입원, 하지만 검사는 목요일 예정? 입원 예정일인 2월 21일은 토요일이었다. 2020년에는 평일 외래로 들어가 검사 후 바로 귀가를 했는데, 이번에는 토요일 입원이었다. 주말에는 응급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늦어도 월요일 정규 진료 시간에는 MRI 촬영이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토요일 늦은 오후, 담당 간호사는 목요일이나 되어야 촬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럴 거면 왜 토요일부터 입원을 시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것이 우리가 다니는 소위 빅파이브(Big 5) 상급종합병원의 상시 과부하로 인해 구조적으로, 동시에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상급종합병원은 고난도의 검사와 치료를 요하는 중증질환 환자, 희소질환 환자, 수술 대기 환자, 갑작스러운 응급외상환자 등으로 늘 북새통을 이룬다. MRI 등의 검사 수요도 항상 포화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입원을 해서 병원 내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그나마 검사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여러 검사 대기 환자들 간에 우선순위가 실시간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빈 자리가 있을 때 빠르게 들어갈 수 있으려면 입원을 해서 병원 내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언제 올지 확실하지 않은 그 '순서'를 붙잡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병원에 있어야 하니 여러모로 불합리하다. 불필요한 병원 체류로 인해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데다,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경우 보호자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실제로는 검사가 화요일 오후로 당겨지긴 했다. 그 다음에 이어진 갑작스러운 수술 결정으로 결국 7박 8일을 머물러야 했지만 말이다. 사생활 보호도, 감염관리도 안 되는 다인 병실 입원 예약을 할 때 원하는 병실을 선택할 수 있는데, 6인실과 1, 2인실은 비용 차이가 상당히 나기 때문에 우리는 6인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박 3일이면 검사를 마치고 퇴원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여러 검사 끝에 급히 수술 결정이 나면서 입원 기간이 7박 8일로 늘어났고, 그 기간 내내 6인실에 머물러야 했다. 많이들 알다시피, 6인실은 수면과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보호자는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잠을 청해야 하니 더 그렇다. 보호자용 침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집에서들 챙겨오는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우리는 캐리어에 넣을 수 있는 짐이 한계가 있어 제대로 된 침구를 챙길 수 없다보니 잠자리가 몹시 불편하다. 6인실, 그것도 어린이병동 6인실은 정말 다양한 소리가 한데 섞이는 공간이다. 소리만 섞이면 차라리 다행이겠다. 맞은편 침대 아이는 고열에 가래가 심해 밤새도록 석션기로 가래를 뽑아내야 했고, 그 옆에는 우는 것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영아가 들어와 있었다. 우리 바로 옆 침대 아이는 수술 직후 통증에 시달리느라 밤새 끙끙거렸고, 그 옆 침대 아이는 속에 든 것을 힘겹게 게워내야 했으며, 앞 옆 침대 아이는 소변통에 소변을 볼 때마다 소란스러웠다. 검사만을 위해 입원한 우리는 그 모든 소리와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