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비염은 차라리 낫지, 50 앞두고 민감해지는 것들

이게 다 야속한 봄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벚꽃 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친구 한 명은 벌써 고민이 늘어졌다. 약을 먹어도 소용없다며, 코 밑이 헐지 않는 티슈를 아냐고 물었다. 다들 웃는데, 나만 웃지 못했다. 나는 입고 갈 옷이 없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화사한 트위드 재킷이라도 하나 사 입고 싶은데, 요즘 옷들은 왜 이리 작게 나오는지. 그게 아니라면, 봄이 되면서 벚꽃만 만개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내 몸뚱이도 봄기운에 슬그머니 부풀어 올랐다. "얘, 어쩜 (살이) 더 쪘니. 집에서 실내 자전거라도 타보지."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동네 언니가 실실 웃으며 하는 한 마디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를 아껴서 해주는 충고는 언제든 고맙다. 하지만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라면 웃지는 말지. 자가면역질환으로 약을 여러 개 먹고 있는 나로서는 몇 년 째 살이 야금야금 찌는 걸 막기가 힘들었다. 대놓고 부작용이 체중증가인 약도 있다. 실내 자전거는 발목 수술과 무릎 이슈로 탈 수가 없다.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웃는 게 괜히 분했다. 억울한 걸 못참겠는 중년의 시간 사실 핑계다. 누가 뭐라 해도 호미와 가래를 들고 다 막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살을 좀 빼야 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여러 번 운동을 시작했다. 문제는 누가 "운동 좀 해"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다이어트를 하다가도 마음이 삐딱해진다. 피로가 올라오고, 무릎이 약해지고, 밖에 미세먼지가 심한 것 같다. 오늘은 몸을 쉬게 해야 한다는 의학적 확신 같은 게 생긴다. 중년이 되니 알레르기비염보다 더 민감해지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평가하는 게 유독 불편하다. 오해하거나, 폄하하면 발끈한다. 거기다 억울한 건 죽어도 못 참는다. 평소엔 순한 양인데, 그럴 땐 엄청 따지고 든다. 젊을 때는 코웃음치고 그냥 넘겼던 말들인데 이제는 면역체계가 과잉 반응을 일으킨다. 뭐 그렇게까지 화낼 일도 아닌데 세상을 향해 가드를 올린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중년은 얼굴에서부터 자신이 살아온 삶이 드러나는 나이다. 그래서 평가에 예민해진다.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그렇다. 젊을 때는 나를 크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오해받아도 그냥 지나갔다. 환한 내 얼굴과 가벼운 발걸음, 열정 넘치는 목소리 그 자체로 나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 하지만 이젠 지난 세월 동안 늙고 변한 외모에 괜히 설명이 따라붙는다. "내가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 중년은 할 말이 많다. 외모뿐이 아니다. 주변에 챙겨야 할 대소사, 가족, 회사 관련 일들로 중년은 바쁘다. 그래서 사정이 많다. "요즘 어머니 병원 때문에...", "애가 아파서 병원 다녀오느라...". 중년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무게 때문에 자꾸 어깨가 아픈지도 모른다. 정형외과에 가보라. 어깨가 아픈 사람들은 거의 중년이다. 남편도 나도 둘 다 쌍으로 어깨가 아프다. 하지만 하루하루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럴 때 "못할 거면 그만두라"는 소릴 들어보라.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