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둬. 여기 멀리서 봐봐. 알프스 못지않게 예쁘잖아. " 느루뜰 진입로를 가득 메운 것은 냉이꽃이다. 냉이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어린 새순을 캐서 냉이된장국도 끓여 먹지 못했는데, 벌써 웃자라 하얀 꽃을 소복하게 피웠다. 이걸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나를 보고 농막 이웃 언니는 "알프스보다 예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씨앗이 맺히고 땅에 떨어지면 나중엔 감당할 수 없는 풀밭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당분간은 그냥 두기로 했다. 뽑더라도 꽃이 한창 예쁜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냉이꽃을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꽃이 종종종 여러 개가 모여 있다. 멀리서 보면 메밀꽃처럼 하얗고 작은 점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오롯한 꽃송이 모습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자세히 보면 언니 말처럼 '에델바이스' 못지 않게 순하고 예쁘다. 두 농막의 밭에서 난 채소로 차린 밥상 "배추전 해서 점심 같이 먹을까?" 토요일 아침 일찍 느루뜰에 도착하니 농막 이웃 언니는 금요일 밤 12시 정도에 왔다며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겨울 내내 서로의 일정이 엇갈려 오랜만에 넷이 완전체가 되었다. 느루뜰 이웃인 언니는 올해 2월 말 명예퇴직을 했다. 음악 교사로 삼십 년 넘게 일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에 12년 간 모셨던 친정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언니 남편인 양 박사님은 3주 간의 태국 출장을 마치고 오랜만에 농막에 왔다. 남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겨울 동안 애먹인 수돗물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았다(양 박사님은 우리보다 8년 일찍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1년 차인 우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양 박사님께 조언을 구하곤 한다). 한파가 지속된 겨울 동안에는 계곡물이나 수도 파이프가 얼어서 그런가 했지만, 날씨가 포근해진 지금도 수돗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남편과 양 박사님은 수돗물을 끌어오는 산 아래 계곡에 위치한 수원(水原)을 살펴보러 갔다. 나는 지난주 마을 어르신의 밭 한가운데 돌길을 보고 잔뜩 고무되어 돌로 밭 경계를 정비했다(관련 기사 : 시골 밭 한가운데 돌길... 예술 작품이 따로 없습니다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몸을 움직인 후 오후 1시 20분 경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시간에 맞추어 나는 '느루뜰표 시금치전'을 부쳤다. 재료는 아주 단순했다. 밭에서 바로 공수한 싱싱한 시금치와 부침가루. 개인적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기에 시금치를 가득 넣고 부침가루는 최소한으로 해서 전을 부쳤다. 보이차를 준비하고 집에서 가져온 고등어 조림도 챙겼다. "어머나 언니, 배추전 해서 간단히 먹자더니 푸짐하게 차렸네요. 정말 맛있겠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