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공연을 앞두고 거대한 K팝 공연장으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쳤다. 4년 만의 완전체 무대를 앞두고 공연 시작 수시간 전부터 ‘아미’(BTS 공식 팬덤)들이 광장을 채우며 일대는 보랏빛 물결로 물들었다. 현장의 열기는 미국 뉴욕 등 세계 곳곳으로 번지며 시차를 뛰어넘은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경찰과 소방 등 관계 당국은 새벽부터 인파 관리에 나서며 안전한 공연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광화문 새벽을 깨운 아미들의 열기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2도까지 떨어진 21일, 쌀쌀한 날씨에도 칼리(31·칠레 산티아고)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새벽 3시부터 지켰다. 경북대 유학생인 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해 한국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뒤 한국어 공부를 이어왔다고 한다. 칼리는 “칠레의 겨울처럼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BTS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기 덕분에 춥지 않다”고 말했다. 입김이 나고 콧물이 흐를 만큼 추운 날씨에도 팬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서로 국적은 달라도 ‘방탄’이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트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칼리와 같은 도시 출신인 스칼렛(28) 역시 보조배터리 3개를 챙기는 등 하루 종일 머물 준비를 마쳤다. 라인댄스 강사 정지아(51)씨는 광장에서 BTS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그는 이날을 위해 2주 전부터 안무를 연습해왔다고 했다. 정씨는 “BTS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추위도 이겨낼 수 있다”며 “라인댄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체감하러 나왔다”고 웃었다. 정씨를 포함한 6명의 회원들은 추위에도 외투를 벗고 오색 한삼을 걸친 채 공연을 기다렸다. 일대는 일찌감치 ‘보랏빛’ 물결 보라색 후드티를 입거나 머리끈, 가방, 풍선 등 저마다 보라색 소품 하나쯤은 몸에 두른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슬림인 나지아(36·브루나이)는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를 보라색으로 맞춰 입고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귀를 덮고 얼굴만 드러내는 아바야는 대개 무채색이 많지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기념해 특별히 보라색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나지아는 “국적과 종교, 문화는 모두 다르지만 BTS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아미’(BTS 공식 팬덤)가 모두 같다”고 말했다. 연보라색 한복 치마를 입은 김주하(15)양은 보라색 나비 모양 비녀를 꽂고 보라색 아미밤(BTS 공식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김양은 이날 오전 7시 전철을 타고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고 했다. 김양은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크고 작은 고민으로 힘들 때 BTS 음악이 큰 위로가 됐다”며 “불안했던 시간을 지탱해 준 BTS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간지들이 BTS 광화문 공연을 기념해 배포한 특별판도 아미들 사이에서 ‘굿즈’로 자리 잡았다. 서울신문 BTS 특별판 표지에는 2022년 10월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장면이 담겼다. 보랏빛 무대 조명이 강조된 표지는 BTS의 상징색을 부각해, 관련 굿즈를 수집하는 아미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야스코(62)는 특별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며 “보라색 굿즈가 하나 더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광화문 일대 건물에도 BTS와 아미를 환영하는 보라색 현수막이 일찌감치 내걸렸다. 중구 프레스센터에는 “BTS♥ARMY 광화문에서 하나 되다. BTS의 컴백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지구 반대편서도 아미 열기 ‘후끈’ 미국 뉴욕에 사는 김혜정(39)씨는 현지시간 21일 오전 7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를 집에서 실시간 시청할 계획이다. 주말 이른 아침, 아직 잠도 덜 깬 시간에 자녀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아이들과 함께 먹을 간식도 준비했지만 긴장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텍사스에 살아서 새벽 6시에 라이브를 볼 예정”, “하와이는 새벽 1시지만 잠 안 자고 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시차를 감수하면서도 복귀 무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전 세계 ‘아미’(BTS 공식 팬덤)의 기대감이 온라인 곳곳에서 확인된다. 국내에서도 주말 저녁 광화문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공연을 즐길 준비에 나섰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정모(43)씨는 “마음만은 이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가 있다”면서도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해 시간과 체력이 부담돼 집에서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과 아내, 동네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실시간 공연을 시청할 예정이다. 대형 스크린을 갖춘 일부 식당들도 손님들과 함께 공연을 즐길 계획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김윤설(52)씨는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를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로 3m·세로 2m 규모의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갖춘 김씨의 매장에서는 약 100석 규모의 관객이 현장 못지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축제’ 책임지는 소방·경찰 아미를 비롯해 최대 26만명이 광화문 일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질서·청결을 담당하는 이들의 움직임도 이날 새벽부터 분주했다. 인이어와 스태프 목걸이를 착용한 행사 관계자들은 무대 설치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냈고,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약 1만 5000명이 현장에 투입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통제하며 소지품을 검사했다. 문형 금속탐지기(MD)를 통해 위험 요소도 점검했다. 요리사가 식칼을 소지한 채 통행하다가 검문에 걸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엔 배낭에 과도를 넣은 채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려던 일행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흉기나 폭발 위험 물품을 소지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며 “안전한 공연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장을 통과하려면 이 같은 31개 게이트 중 하나를 거쳐야 한다. 광화문 월대 맞은편부터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까지 남북 약 1.2㎞, 동서 200m 구간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됐다. 경찰은 게이트 안팎으로 보행 흐름이 정체되지 않도록 통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파를 관리 중이다. BTS는 곧 넷플릭스에서 생중계되는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을 통해 타이틀곡 ‘스윔’(Swim) 등 신곡 무대를 최초 공개한다. 거리와 시차를 넘어 전 세계 아미들이 실시간으로 이들의 복귀를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