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끼니 챙기고,
일자리 만들고,
지역 농산물 소비...
밥은 정치다

공동체 급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x '먹을거리 기본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 급식은 먹을거리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실천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먹거리 문제는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기보다, 굶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둔 시혜적 구호에 가까웠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교 무상급식 논쟁이 2010년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먹을거리 기본권 개념이 사회적으로 확산됐다. 이 논쟁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만 선별적으로 급식비를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급식을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권리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정책적 선택의 문제였다. 결국 학교 무상급식은 시민의 선택을 받았고, 먹을거리는 차별 없이 보장돼야 한다는 권리의 개념이 자리 잡게 됐다. 먹을거리는 더 이상 개인이 오롯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공이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 된 것이다. 먹을거리 기본권 선언은 중앙정부보다 지역에서 먼저 시작됐다.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방자치단체만 100곳이 넘는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2023년 푸드플랜 2기(먹거리 종합계획, 2023~2027)를 수립하면서 '먹거리 복지'를 주요 의제로 공식화했다. 기존 먹거리 정책을 먹을거리 기본권의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먹거리 돌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는 점이 푸드플랜 2기의 핵심 방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옥천군의 먹거리 취약계층은 2021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먹거리 취약계층 역시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먹거리 취약계층 비율은 2017년 6.8%에서 2021년 9.9%로 증가했으며, 이는 충청북도 평균(6.9%)보다 높은 수준이다. 5천명 가까이 되는 주민이 건강한 식사를 할 권리로부터 멀어져 있는 셈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먹거리 보장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86.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방식으로는 ▲꾸러미 형태의 정기적인 식재료 지원(37%) ▲식료품 구입 쿠폰 지급(36%) ▲체계적인 영양·건강 관리(11.6%) ▲먹거리 지원시설을 통한 식사 제공(7.9%)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율이 높은 농촌지역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먹거리 취약계층은 고령자다. 옥천군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30%를 넘어섰고, 면 단위로 들어가면 절반에 육박하는 곳도 적지 않다. 홀몸노인 비율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옥천군의 홀몸노인은 전체 노인의 19.6%를 차지하며 증가세가 이어졌다. 더욱이 홀몸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2020년, 옥천군보건소). 주목할 점은 홀몸노인이 '혼자임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순간'이 바로 식사를 할 때라는 사실이다. 혼자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는 과정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홀몸노인 5명 중 4명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약 복용을 위해 식사를 해야 함에도, 조리와 정리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밥과 김치, 장국 정도로 끼니를 때우는 사례가 흔하게 확인된다. 먹을거리 기본권이 '누구나 건강한 식사를 할 권리'라면, 공동체 식당은 그 권리를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실현하는 공간이다. 옥천군은 농촌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통해 이러한 모델을 지역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공동체 식당 운영 예산을 마련해 현재 군북면, 동이면, 안남면, 청산면, 청성면 등 5개 면에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면 단위별로 운영 조직이 구성됐으며, 국과 반찬, 간식을 포함한 다섯 가지 이상의 '완전조리식'을 만들어 경로당 단위로 배달하고 있다. 완전조리식 제공은 조리 과정의 부담을 줄여 고령층의 참여도를 높이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규칙적인 식사를 유도함으로써 건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경로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은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고립감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로당 식사 자리는 하나의 '돌봄의 장'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식사에 나오지 않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주민을 주변 사람들이 빠르게 인지할 수 있어,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다. 돌봄을 이야기할 때 먹거리 기본권이 함께 논의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획생산은 먹거리 기본권의 시작 올해는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원년이다. 지역마다 통합돌봄 정책을 의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통합돌봄에서 의료·주거·먹거리는 핵심 의제로 다뤄지는데, 먹거리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관련 사업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지역의 먹거리 종합계획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옥천군 먹거리 보장 기본 조례'를 보면, 군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 생산-가공-분배-소비-음식물 폐기까지 이어지는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먹거리 정책이 단순한 지원 사업을 넘어, 지역 내 순환 구조 속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 식당 역시 이 같은 순환 체계 안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식사를 만들고, 이를 먹거리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구조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공동체 식당은 단순한 식사 제공이 아니라, 지역 먹거리 순환 체계에서 소비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인 셈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