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광경 바라보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노인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 '버킷 리스트(2007)'에 등장하는, 죽기 전 이루고 싶은 목록 중 하나다. 장대하고 위엄있는 광경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힌다고 했던가. 사진으로만 보던 그랜드 캐니언을 실물로 접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압도되어 입이 떡 벌어졌다. '거대한(grand) 협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깊이 1.6킬로미터, 너비 15킬로미터로 길게 뻗은 협곡의 총길이가 무려 450킬로미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다. 이 협곡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약 5천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여러 개의 판(plate)이 충돌하면서 솟아 올랐고, 고원에 물이 흐르면서 협곡이 만들어졌다. 이 물이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멕시코 북부를 지나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가는, 길이 2330킬로미터의 콜로라도(colorado)강이다. 이 강물 덕분에 20억 년에 걸쳐 퇴적된 지구의 속살이 드러났다. 지구 역사(46억 년)의 약 4할이 이 협곡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한 장소에서 고생대의 암석을 모두 볼 수 있는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지질학의 성지라 부르는 이유다. 이 협곡의 역사와 특성을 자세히 알고 싶으면 공원 안에 있는 박물관에 들르면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이 외부인(스페인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건 1540년이다. 그랜드 캐니언이 세상에 알려진 후, 땅에 묻힌 천연자원을 채굴하려는 광산업자들의 채굴 시도가 이어졌으나 1900년 초 미국 정부가 이 지역 전체를 개발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조치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연간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장엄한 광경을 눈에 넣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국립공원 입장료를 크게 올렸는데도 공원은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국립공원관리청(NPS)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그랜드 캐니언에 입장할 때 100달러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단, 연간 이용권(America the Beautiful Pass)을 소지한 시민권자가 차량에 함께 타고 있으면 요금 납부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다행히 일행 중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연방 예산의 0.1%에도 미치지 않는 국립공원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은 크게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는데, 남쪽(South Rim)은 연중 출입에 제한이 없고 북쪽(North Rim)은 일 년 중 절반만 개방한다. 남쪽은 어느 계절이든 방문이 가능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인기가 높다. 인파를 피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려면 북쪽을 선택하면 된다. 남쪽에서 북쪽까지는 차로 4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두 곳을 방문하는 건 무리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