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레스토랑에 봄이 오는 순간[정기범의 본 아페티]

3월과 4월 사이, 프랑스 레스토랑의 주방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맞는다. 겨울 내내 메뉴를 지배하던 진하고 묵직한 소스, 장시간 뭉근하게 끓여낸 스튜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가볍고 싱그러운 봄의 기운이다. 프랑스 셰프들은 이 시기를 ‘계절이 접히는 순간’이라 부른다. 동네 장터는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파리의 대부분 동네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야외 시장인 ‘마르셰’가 열린다. 이른 아침에 가 보면 계절이 바뀌는 찰나가 눈에 보인다. 겨울 동안 주인공이던 투박한 양배추와 흙 묻은 뿌리채소 사이로 어느 날 갑자기 가느다란 아스파라거스와 연둣빛 어린 채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흙이 묻은 당근 같은 채소를 고르며 생산자와 몇 마디를 나누다 보면, 봄은 손끝의 촉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프랑스 봄 식탁의 첫 번째 주인공은 단연 ‘식탁 위의 귀족’ 아스파라거스다. 시장에는 굵고 부드러운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아삭한 그린 아스파라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