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리를 했다. 겨우내 닫혀 있던 장들을 차근차근 열어보기로 했다. 출발은 그저 평범한 봄맞이 대청소였다. 그런데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실을 발견했다. 퇴직 전보다 짐들이 부쩍 늘어나 있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쁘기로는 회사 다닐 적이 훨씬 더했다. 늘 하루가 모자랐고 챙겨야 할 물품도 그만큼 다양했다. 하지만 정작 집 안을 채우고 있는 살림은 지금이 배나 많았다. 벽장과 서랍을 열 때마다 잊고 있던 짐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큰맘 먹고 말끔하게 치우려 했는데 오히려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유독 눈에 띈 것은 종이류였다. 퇴직 후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받아 온 자료들, 설명을 들으며 기록했던 노트들, 당시에는 꽤 집중했던 흔적들이다. 회사에 다녔을 때의 물품도 적지 않았다. 중요한 회의마다 꺼내 입었던 재킷, 사내 행사에서 받았던 기념품 등 쓰지 않으면서도 내내 끌어안고 지낸 물건들이 상당했다. 한숨이 나왔다. 대체 이 많은 짐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쌓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