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역사적 사건마다 이름 지을 때 날짜를 앞세울까요?" 숫자가 비슷해 사건의 이름을 외우기가 힘들다며 몇몇 아이가 투정을 부렸다. 고등학생들조차 5.16 군사 정변과 5.18 민주화운동을 헷갈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단순 실수라고 보지만, 몇 해 전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16과 4.19 혁명의 날짜마저 혼동해 적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치기 어린 투정만은 아니었다. 날짜로만 기억되다 보니, 정작 해당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현대사의 경우엔, 날짜 뒤에 붙는 이름을 떼고 부르는 게 보통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5.18 민주화운동을 그냥 5.18로 약칭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이 그러하냐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사건의 주체와 성격을 그대로 쓴 반면에, 6.10 만세운동은 날짜와 행위만 부각시켰다. 사건의 이름만 봐서는 어디서 누가 주동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거칠게 말해서, '엿장수 마음대로'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하기가 영 궁색하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 뒤, 그 이유를 함께 찾아보자고 권하는 걸로 답변을 대신한다. 중복되는 사건을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고, 시기별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햇수 없이 날짜만 앞세우다 보니, 아이들은 사건 발생의 전후 관계를 더 혼란스러워한다. 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험 유형이 바로 사건의 시대순 배열 문제다. 교사에겐 등급을 변별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이고, 아이들에겐 그날의 행운을 빌며 찍고 마는 문제다. 개인적으로, 현대사 사건들만이라도 이름을 수정, 보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 길어지더라도 각 사건의 주체와 성격이 명확해져야만 기억해야 할 기념일로서 의미가 있다. 장담하건대, 3.1 운동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지 않고 유관순 열사마저 없었다면, 3.1절이 무슨 날인지 모를 아이들이 태반이다. 8월 15일보다 광복의 역사적 의미가 더 중요하기에 광복절이고, 7월 17일보다 제헌 헌법의 의미가 크기에 제헌절로 명명되는 게 맞다. 우리가 한글 창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뜻에서 10월 9일을 기념일로 지정한 거다. 한글날을 언제로 정하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현대사 수업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름에 날짜를 앞세우다 보니 생긴 '해악'이 의외로 크다. 아이들은 역사적 사건을 연결된 '선'이 아닌, 순간의 '점'으로 이해한다. 그래선지 앞선 사건의 결과가 이어지는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의 도출을 무척 힘들어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