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공장 사장으로 산 지 20년, 올 것이 왔다

"자 여러분, 우리의 성수기 봄이 다가왔습니다. 2026년, 이번 시즌 목표는 1만 리터입니다. 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준비됐습니다! 올해는 미세먼지가 일찍 온다고 하니 더 많은 생산량이 기대됩니다!" 매년 봄이면 나는 콧물 공장 사장이 된다. 사장이 압력을 넣은 것도 아닌데, 공장 직원들은 스스로 '24시간 풀가동' 현수막을 걸고 출입문에는 '휴무 없음' 푯말까지 붙여 놓는다. 생산량은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하루 콧물 1리터도 가능하다. 바로 어젯밤에도 티슈 한 통이 콧물에 젖어 순삭됐다. 사람 몸의 60~70%는 수분이라고 하는데, 내 몸의 70%는 '콧물'일지도 모른다. 이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금값 시대에. 하지만 나는 황금 알이 아닌 황금 콧물을 찍어내는 공장 사장이 되었다. 풀어도 풀어도 계속 생산되는 이 콧물의 생산력을 사업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이 정도 팀워크를 자랑하는 직원들과 함께라면 말이다. 어쩌면 나는 깐부치킨 4자 회동 주역의 한 명이 되어 주식시장의 라이징 스타가 될지도 모르겠다. 비염도 억울한데 천식까지 "감기 걸리셨나봐요?" 춘삼월이 되면 꼭 듣는 말이다. 심지어 같은 집에서 자고 일어난 남편도 오늘 아침에 그랬다. 감기 걸렸냐고. 매년 정보 업데이트가 안 되니 이래서 권태기가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소리로 한 마디 한다. 당신 와이프는 알레르기 비염이거든요. 서른 즈음인 걸로 기억한다. 어떤 이는 이별을 노래하고, 어떤 이는 잔치가 끝났다고 말하던 그 서른 즈음, 나는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되었다. 봄이 오는 소리를 '코'로 느끼게 되었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날에 한강으로 소풍을 나갔다가 난리가 났다. 눈은 빨간 토끼 눈이 되었고, 코와 눈이 하나로 연결된 상태로 병원을 찾은 끝에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불치병 선고를 받았다. 알레르기 비염 이십 년 차.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시작부터 달랐다. 재채기가 연속 열 번 이상 릴레이를 했고, 기침 역시 한번 시작하면 눈이 튀어나올 때까지 끝장을 봤다. 누우면 터지는 기침 때문에 앉아서 잠을 잤다. 이건 분명 독감이다. 요즘 독감 A형, B형이 돌아가며 유행이라던데 이 정도면 나는 AB형 독감일 것 같았다. 보통 3월 중순에 시작되던 병원행이 올해는 2월 말로 앞당겨졌다. "올해는 빨리 오셨네요?" "알레르기 비염인지 감기인지 모르겠어요. 증상이 복합적으로 심해요." 나와 알레르기 비염과 삼총사인 의사는 내시경으로 코와 입을 들여다보더니 기관지 기능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처음 해보는 검사였다. 입에 호스를 물고 숨을 참았다가 길게 뱉는, 제법 난도 있는 검사였다. 한참 후 의사의 호출에 들어간 진료실에는 겅중 뛰는 주식 그래프처럼 선이 들쭉날쭉한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아. 결국... 알레르기 천식이네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