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 넘치는 남학생들의 돌발행동... 남교사의 대응법

교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단체로 팔 굽혀 펴기 대회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반은 좀 특이하다. 강원동 양양 하조대 시골에 있지만 우리 반에는 수도권에서 온 유학생만 있다. 여덟 명 모두 남학생이다. 담임인 나까지 남자. 하루의 대부분을 남자 아홉이 함께 보내는 셈이다. 교실에서 팔 굽혀 펴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성평등을 배우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인도의 여성 레슬러 이야기를 다룬 영화 <당갈>을 보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두 딸을 레슬러로 키우기 위해 맹훈련시킨다. 새벽 일찍 일어나 달리고, 팔 굽혀 펴기를 한다. 소녀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낑낑거리며 훈련을 받는다. 그때 우리 반 아이가 말했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 팔 굽혀 펴기 해봤어." 슬슬 사춘기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5학년 교실이다. 영화 속 인물을 보고도 경쟁심이 발동하는 것이다. 여학생이 몇 명이라도 있었다면 '남자애들이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남학생들로만 이루어진 우리 반에서는 달랐다. 희미한 아드레날린의 향기가 났다. "내가 태권도 2품인데 옛날에 훈련했어." "어? 나도 태권도 2품인데?" "나는 유도 검은띠." 잠시 교실이 소란스러워져 영화를 일시정지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픈 남학생의 입은 쉴 수 없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무술 도장에 다닌 경력을 조사해 보았다. 유도 검은띠 한 명, 태권도 2품 다섯 명, 1품 한 명. 여덟 명 중 일곱 명이 상당한 무술 수련자라니. 알고 보니 우리 반은 소림사였던가. 그래서 우리 반이 이토록 시끄럽고 혈기왕성하다는 말인가. 나는 비로소 우리 반이 초특급 에너지로 넘실거리는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팔 굽혀 펴기 정도는 너희에게 껌이겠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