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마침 미국에서 온 동생한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줄 절호의 기회였다. "광화문 갈래?"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께, 나는 의아해하는 동생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 광화문에서 BTS의 역사적인 공연이 열리는 날이잖아." 친정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출발. 광화문으로 가는 지하철이나 버스는 이미 통제되었으니 사직공원에서 내려서 광화문까지 걸어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버스 운전 기사님은 사직공원 대신 서울역으로 우회한다고 알려주었다. 차에 올라타는 사람마다 "광화문 가요?"를 물었다. 목적지가 같은 이들끼리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마치 한 배를 탄 기분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나는 길 찾기 지도를 유심히 살피다가 서울역보다는 '서대문'에서 내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기사님께 슬쩍 말씀드렸다. 기사님이 밝은 표정으로 외쳤다. "광화문에 가려면 서대문에서 내리세요." 나는 곁에 서 있던 외국인들에게도 "팔로우 미(Follow me, 저를 따라 오세요)"를 건네며 씩씩하게 앞장섰다. 서대문역에서 우르르 나를 따라 내리는 사람들. 걸음이 워낙 빨라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인솔하는 안내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광화문에서 마주한 풍경 부지런히 걷는 동안 야광봉을 든 안전 요원과 경찰관들을 마주쳤다. 삼십 분 남짓 걷자 저 멀리 광화문이 보였다. 급한 마음에 걸음이 더 빨라졌다. 오래 걸어서 숨이 찼지만 조금만 더 가면 광장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 광화문과 가까워질수록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촘촘하게 서 있었다. 공권력이 대거 투입되었다는 뉴스가 실감 나기 시작했다. 길가 카페 유리창에 붙은 '경찰관, 공무원 20% 할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긴장된 현장 속에서도 따뜻함을 베푸는 상인의 마음씨가 고맙게 보여 얼른 사진으로 남겼다. 애초부터 무대를 보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늦은 시각에 출발했기에 그저 먼 발치에서라도 역사적인 공연의 현장에 있었다는 '인증샷' 한 장 건지면 족했다. 운이 좋아 전광판으로라도 공연 무대를 보게 된다면 계획은 무조건 성공작이 될 터였다. 몇 발짝 걸음을 떼면 다다를 광화문을 바라보면서 실행에 옮기기를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