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어어! 이게 뭐지?" "왜, 어디 다쳤어?" 방 정리를 하던 딸이 갑자기 욕실로 달려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갔더니 세면대에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뭐가 있었나 봐. 상자가 너무 커서 발밑이 안 보였어." 피가 보이는 데도, 딸은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물로 상처를 씻어 냈다. 딸은 어려서부터 웬만큼 아파서는 엄마를 부르지 않았다. 넘어져 다쳐도 열이 펄펄 끓어도 울거나 보채지 않았다. 두 돌을 좀 넘긴 때였다. 혼자서 블록을 가지고 신나게 놀던 아이가, "엄마, 추워"라고 하길래 열을 재 보니, 39도가 훌쩍 넘어 40도에 육박했다. 깜짝 놀란 나는 아이를 업고 동네 소아과로 달려갔다. 그런 딸이 '어어!' 이렇게 소리를 낸다는 건 심상치 않은 일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의 방에 가봤더니 바닥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다. 미련한 건지 정말 아프지 않았던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나는 냉큼 거실 한쪽 구석에 있는 약상자를 가져왔고, 남편은 딸이 다친 이유를 찾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딸의 방에서 둥글고 긴 봉 두 개가 계단처럼 달린 기계를 들고 나왔다. 슬랩 롤러(Slap Roller)라고 하는데 흙덩어리를 평평하게 펴줄 때 쓴다. 2년 동안 도자기 공방을 하다 얼마 전에 문을 닫고 말았는데 그때 처분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온 녀석 중 하나다. 커다란 상자를 옮기다 롤러가 옆으로 넘어진 줄도 모르고 손잡이에 연결된 쇠 막대를 콱 밟았다고 했다. 내 눈에 매끈해 보였는데 딸의 얘기를 듣고 슬쩍 만져보니 모서리 부분이 날카로웠다. 남편은 쇠에 찔렸으니 지금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펄펄 뛰었다. 딸은 별일 아니라며 소독하고 약 바르면 된다고 맞섰다. 남편은 피가 나는 딸의 발가락을 보더니 상처가 덧나기 전에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난리였다. 딸은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질병관리청에 접속해서 회원가입을 하고 예방접종 이력을 찾아보았다. 딸은 최근에 주사를 맞은 것 같다고 우겼지만, 2007년 이후로는 접종 기록이 없었다. 딸은 스마트폰으로 파상풍에 관해 알아보더니 그 부분이 녹슬지는 않았지만, 주사를 맞는 게 마음 편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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