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홍매화는 고즈넉한 사찰의 옛 건축물과 어우러질 때 더욱 빛난다. 지난 25일, 홍매화가 이번 주 절정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함께 구례 화엄사로 향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가 몰린다는 말에 망설이다가, 처음으로 큰마음을 먹고 때를 맞춰 나선 길이다. 화엄사가 주관하는 '홍매화· 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촬영 기간이 오는 4월 5일까지로 연장되면서, 평일임에도 사진 작가들로 붐빌까 염려되기도 했다. 화엄사 바로 아래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6시 50분, 예상과 달리 빈 자리가 남아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줄지어 선 수선화가 노란 웃음 꽃을 피우며 방문객을 맞이했다.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 이미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래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른 아침부터 화엄사를 찾은 사람들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에 자리한 홍매화 주변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붉은 가지마다 꽃망울이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주말 쯤 만개가 예상됐다. 각황전 뒤 산기슭에는 묵직한 카메라를 든 사진 작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복을 차려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 콘테스트와는 무관하게 꽃을 보러 왔지만, 눈앞의 풍경 앞에서 나 역시 핸드폰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구도를 잡아보겠다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남편은 소리 없이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 꽃을 음미하였다.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로 또 같이'가 이루어진다. 오전 7시 30분 쯤, 갑자기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스님들이 마당을 쓸며 홍매화 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비질 소리와 함께 스님들이 나타나자, 현장은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 이어 셔터 소리만 연이어 울렸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진 작가들과 달리,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느라 촬영 타이밍을 놓쳤다. 뒤늦게 휴대폰을 들었지만 이미 한발 늦은 후였다. 사진 작가들이 주로 모여 있던 자리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듯한 반응들이 들려왔다. 공들여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온 사람과 단순히 풍경을 즐기러 온 사람 사이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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