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때 아닌 ‘비닐’ 사재기…시민·자영업자 발동동[취중생]
서울신문

중동 전쟁에 때 아닌 ‘비닐’ 사재기…시민·자영업자 발동동[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비닐봉지가 떨어지면 빵을 어디에 담을지 막막해요.” 서울 용산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30대 A씨는 최근 비닐봉지 수급 불안으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거래처에서 비닐봉지가 품절됐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사람들이 미리 사두려는 분위기인지 물량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며 “다른 자영업자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A씨는 무료로 제공하던 비닐봉지를 당분간 유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면서 비닐봉투와 포장용기 등 일회용품 시장에도 긴장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배달을 위해 일회용품이 필수인 자영업자들은 물론, 종량제 봉투를 구하려는 시민들까지 비닐을 사두려는 움직임이 이어지자 정부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8일 서울신문이 만나본 서울 일대의 자영업자들은 일회용품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납기도 늦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울 마포구 쌀국수 가게에서 일하는 김민성(28)씨는 “전쟁 이후 플라스틱 용기 가격이 2~3%씩 오르는 느낌이라 더 저렴한 업체로 계속 바꿔가며 주문하고 있다”며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마라탕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42)씨도 “원래는 주문하면 이틀 안에 받았는데 최근에는 납기가 늦어졌다”며 “가격이 오를까 봐 주문이 몰린 영향 같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용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고 있다”, “재료 수급 문제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비닐 대란’에 대한 불안은 시민들 사이로도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관악구 한 대형마트에서는 약 10분 동안 450장의 종량제 봉투가 팔렸습니다. 한 시민은 10ℓ뿐 아니라 75ℓ 대형 종량제 봉투까지 한번에 구매하면서 7만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한 슈퍼마켓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종량제 봉투를 ‘1인당 한 묶음’으로 제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장 직원은 “언제 다시 물량이 들어올지 몰라서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7일 자정부터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지차제 절반 이상이 6개월 이상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 품귀가 일시적 사재기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종량제 봉투 가격을 지방정부가 정하는 만큼 가격이 오를 일도 없고, 우려할 일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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