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미신고 집회도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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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미신고 집회도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다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22조 제2항, 즉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한 주최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없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집회에 대해서까지 예외 없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이루어진 집시법 조항은 집회를 개최하려는 사람에게 사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집시법이 이와 같이 사전 신고를 요구하는 취지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미리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절차상 협력의무이다. 그러나 집회신고제도는 오랫동안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 왔다. 과도한 신고사항을 경찰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빠짐없이 제출하지 않으면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여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처럼 기능해 왔다. 짧은 시간 진행되는 기자회견, 소규모 집회, 플래시몹에까지 사전 신고의무가 부과되었고, 이를 위반하면 주최자는 예외 없이 처벌받았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고발하여 주최자를 형사처벌에 이르게 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전혀 침해하지 않는 평화로운 집회를 개최한 경우에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시민이 속출하였다. 이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였다. 이러한 집회신고제 운용 방식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도 배치된다. 헌법은 평화적 집회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며,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집회가 헌법의 보호 밖에 놓이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미신고 집회도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집회임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판결 등). 국제인권규범 역시 같은 입장이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 제37호는 "신고의무가 부과된 집회를 개최하면서 이를 당국에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집회 참여 행위 자체가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며, 미신고 사실을 집회 해산이나 참여자·주최자 체포, 또는 형사 기소 등 부당한 제재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된 시민들 그러나 이러한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신고집회 처벌조항으로 인해 그동안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되어 왔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당해 사건들 역시, 기자회견이나 소규모 집회를 평화적으로 개최한 시민들이 집시법 처벌조항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들이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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