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아직 갈지 않은 땅과 경작된 밭, 주어진 문제와 그 문제의 답, 백지와 시, 굶주린 불행한 자와 배고픔을 채운 불행한 자 사이의 매개체로 머물 것.”-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중‘중력과 은총’은 철학자 시몬 베유의 단상을 묶은 책으로, 종교적 성찰과 철학적 고뇌의 아포리즘들로 이뤄져 있다. 인간을 억압하고 끌어내리는 중력으로서의 힘과 완전하고 절대적인 선으로서의 은총이라는 구도가 있지만, 한 편 한 편의 단상들은 그러한 구도에만 갇히지는 않는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신의 뜻 앞에 겸손할 것을 요청하는 글들의 강렬함이다. 위의 구절은 ‘필연과 복종’ 장의 한가운데에 있다. 신의 필연을 완전한 주의력으로 바라보고, 필연을 사랑함으로써 복종할 것. 요컨대 헐벗고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줄 ‘수밖에 없는’ 완전한 선에의 복종을 요청하는 장이다. 나는 그런 장에 이 구절이 들어가 있다는 데서 자못 어색함을, 사실은 기쁨과 숭고를 느낀다. 기쁨은 글이 ‘매개체’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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