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항 앞 한마음광장 정류장. 장날이면 보행기와 시장 보따리를 든 어르신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든다. 울진군 버스와 영덕군 버스가 함께 서는 이 정류장은 지금 경북 동해안 농어촌 교통 복지의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같은 생활권 안에서 누구는 무료로 버스를 타고, 누구는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가 이런 지역 간 교통 복지 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농어촌버스 무료' 울진군 "돈 걱정 없이 버스 타고 돌아다니니 좋아"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서고 문이 열린다. 울진군 농어촌버스 안에는 이미 요금함과 교통카드 단말기가 사라진 상태다. 어르신들은 기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버스가 출발하자 차 안은 금세 사랑방처럼 변한다. 기사들은 안부를 묻고, 어르신들은 간식을 건네며 목적지까지 이야기를 이어간다. 평해터미널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무료화 이후 달라진 일상을 웃으며 설명했다. "아침에 온정면에서 목욕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무료로 버스를 타니깐 온정까지 마음 편히 가서 목욕도 하고, 하루에 차를 이렇게 네 번 타요. 돈 걱정 없이 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게 참 재밌네요." 울진군은 지난해 3월부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했다. 주민들은 버스 요금 부담 없이 읍내와 병원, 시장을 오가게 됐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무료 버스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일상의 이동권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류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풍경도 함께 펼쳐진다. 울진 농어촌버스는 누구나 무료지만, 영덕 농어촌버스는 관내에 주소를 둔 65세 이상과 18세 이하를 제외하곤 요금을 받는다. 생활권은 사실상 하나로 연결돼 있는데 행정구역 경계선 때문에 복지 체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후포면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무료화 이후 현장에서 벌어진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농어촌 버스가 무료화되고 승객이 한 2배 정도로 늘었어요. 타고 내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연되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배차 시간은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지체됐죠. 그래서 우리 기사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도로 위에서 엄청나게 힘을 쓰고 있어요." 특히 후포처럼 울진과 영덕 버스가 교차하는 지역에서는 예상치 못한 혼선도 반복된다. "후포 같은 경우에는 영덕 버스하고 울진 버스하고 서로 만나는 교차지점이잖아요. 이제 버스를 자주 타시는 동네 분들이야 우리 버스 색깔을 보면 아시죠. 근데 대중교통을 자주 안 타는 사람들은 그게 영덕 버스인지 울진 버스인지 잘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영덕 버스에 타고 나서 요금 결제해달라고 기사가 요청하면, '왜 무료인데 돈 달라고 그러냐'는 식으로 오해를 해서 영덕 기사분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후포 주민들 가운데는 영덕 영해면으로 출퇴근하거나 병원과 시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생활권 안에서 누구는 무료이고 누구는 요금을 내야 하는 현실은 주민들에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활 속 '복지 격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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