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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가 정상화됐을 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선환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공동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떠나간 동료들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을 붉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기 전에 꼭 부탁한 말이 있습니다. 지금의 TBS 상황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TBS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TBS는 급격한 재정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는 2022년 예산을 전년보다 55억 원 삭감한 데 이어 매년 예산 감축을 이어갔고, 서울시의회는 같은 해 11월 TBS 지원 조례를 폐지했다. 이후 2024년 6월 조례가 시행되면서 TBS는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상실했고 사실상 해체 수준의 위기에 내몰렸다. 현재 TBS 구성원들은 1년 10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남아있는 구성원은 162명뿐이다. 이들이 무급 출근과 생계 노동을 병행하며 회사를 지켜온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꺼지지 않는 스튜디오>는 지난 3월 공개돼,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민언련 교육관에서 윤지우 PD, 주용진 대표이사 직무대리, 김선환 부위원장을 만나 다큐멘터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점심 한 끼 함께 먹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 다큐멘터리를 보면 다친 다리로 출근하고, 산꼭대기 송신소를 홀로 지키는 모습들이 나온다. 카메라 밖 일상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무엇인가. 윤지우 PD : "제가 겪은 일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건 정말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것이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점심시간에 '오늘 뭐 먹지?' 고민하고,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점심을 함께 먹고 선배가 커피 한 잔 사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누가 점심을 먹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서로 묻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각자 조금씩 도시락을 싸 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점심을 함께 먹고 스몰토크를 나누는 시간이 사회 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어려워진 지금의 상황이 가장 마음 아프다. 선배가 밥 먹자고 해도 괜히 부담이 될까 봐 피하게 된다. 그런 순간들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주용진 대표이사 직무대리 : "현재 라디오본부에서는 제작본부장을 맡고 있고, 회사에서는 대표이사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과 함께 밥을 먹으려고 하고, 가능하면 제가 밥을 사려고도 한다. 물론 돈이 넉넉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런데 후배들이 오히려 그걸 부담스러워한다. 밥값을 각자 내면 같이 먹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먹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제가 사야 하는 분위기가 생기니까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저도 점심시간에 조용히 나가서 혼자 밥을 먹는다. 아니면 '오늘은 알바비를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뒤에야 같이 먹는다. 이런 식이다 보니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졌다. 따로 날을 잡지 않는 이상 같이 식사하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대화도 줄어들고 각자 버티게 된다. 다들 월급이 없다 보니 밥값 자체가 부담이다. 빵을 사서 자리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친구들도 많다. 저 역시 그 친구가 부담스러워할 걸 아니까 먼저 같이 먹자고 말하기 어렵다. 그 친구가 먼저 이야기해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는 과정들이 꽤 많다." - 1년 넘게 월급 없이 버티고 있다. 개인으로서 가장 가혹했던 순간은 무엇이었나. 주용진 : "저는 아직 1인 가구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결국 저 역시 제 삶을 책임져야 한다. 월급이 없다는 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 이건 직접 겪어봐야 아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통장 잔고는 계속 줄어들고, 예상했던 기간보다 상황은 훨씬 길어졌다. 어느새 1년 9개월이 됐고 이제 곧 1년 10개월이 된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제안하면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조건을 이야기했다. 보통이라면 부담스러울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감사했다. 당장 생활할 수 있는 목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월세도 내고 생활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카드값을 낼 때도 한 번 더 계산하게 되고,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는 '이 밥값이 이 친구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식당도 나름대로 단계가 생긴다. 이 정도면 같이 갈 수 있는 곳, 여기는 혼자 가야 하는 곳, 여기는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곳. 그런 기준들을 만들어 놓게 된다. 돈 문제에서는 그런 변화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 같다." 김선환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공동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TBS 기자) : "저도 비슷하다. 다만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가장 힘든 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데, 현재 구조에서는 그 결과물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취재를 하고 싶어도 여러 제약이 있고, 기사를 써도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주변에서 '왜 기사 안 써?'라고 물어볼 때가 가장 힘들다.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날 때 어떤 마음이었나. 윤지우 : "처음 동료들이 떠날 때는 솔직히 약간의 배신감 같은 게 있었다. '너까지 나가면 어떡하냐',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가까워지는 지금은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누군가 취업이 돼서 회사를 떠난다고 하면 진심으로 축하하게 된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제는 '나가지 말라'는 마음보다 '정말 축하한다, 잘 살아라'는 마음이 더 크다. 오히려 구성원들끼리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이 생겼다. 거의 금기어에 가까운 말인데, '조금만 더 버티자', '회사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함께 가보자' 같은 말이다. 솔직히 이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서로가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그래서 지금은 차마 꺼내지 못한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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