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엄마만 남은 김미자>란 제목은 직관적으로 안도감을 주었다. 엄마를 떠나보낸 내겐 '아직 엄마가 곁에 있다'는 말로 다가와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린 것처럼 따끔거렸다. 뭔가 안쓰럽고 허전해서 그 삶을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이 책은 어머니 세대가 감당했던 가난과 희생, 여성에게 집중되었던 돌봄의 책임, 자신을 지우고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작가 김중미가 딸의 시선으로 엮은 에세이다. 거기엔 원망이 불쑥 끼어들기도 하지만 곧장 이해와 존중이 따라나선다. 엄마의 노년과 질병을 거치는 과정에서 딸의 뒤늦은 이해는 오롯이 엄마를 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4남매를 보살펴 키운 엄마는 김미자 개인의 삶 대신 엄마로서의 역할이 먼저였다. 그 모습은 개인사를 넘어 가부장적 질서가 깊숙이 자리 잡았던 시대를 묵묵히 통과한 여성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답답한 마음이 들다가도 그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사정을 생각하면 송구함이 차올랐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우리가 사는 오늘도 돌봄과 희생이 특정한 가족에게 집중된 구조가 여전해 씁쓸함이 맴돌았다. 인지장애지만 온화하고 고운 엄마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답답한 가운데서도 <엄마만 남은 김미자>를 읽는 내내 마음을 붙들었던 건 인지장애를 겪는 엄마의 고운 말씨와 배려였다. 흐린 기억으론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곤란해 요양원에서 지내는 중에도 엄마의 따뜻한 언어는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바나나 하나조차 혼자 먹지 못할 만큼 타인을 먼저 챙기는 성품도 그대로 드러났다. 엄마는 손에 들고 있는 바나나를 내려다보며 내게 물었다. "근데 이걸 나 혼자 먹어요?" "여기 많아. 그러니까 이건 엄마 혼자 드셔도 돼."(중략) 엄마는 그래도 찜찜한 표정으로 당신 손에 있는 바나나를 들어 보이며 간호조무사를 불렀다. "선생님, 이리 와보세요. 이거 한번 잡숴봐. 이게 한 개밖에 없네요. 이거라도 드셔봐." (255쪽)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품위는 잊지 않은 어머니를 '김미자'란 이름으로 불러내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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