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최근 페미니즘 리부트 10주년을 맞이하여 네트워킹 파티 겸 홈커밍 파티를 열었다. 지난 10년간의 페미니즘 운동을 돌아보면서 의미를 다지고 페미니스트들끼리 서로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나니까 진짜 재밌게 놀아야겠다는 마음에 나는 전날 술자리가 있었음에도 술을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공원에서 농구를 하고, 맛있는 비건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파티를 즐기려는 계획이었다. 파티 당일 오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꽃내음을 맡으며 공원에 도착했다. 오늘 같이 농구를 하기로 한 분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몸을 풀고 있는데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너무 놀랐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참여하는 페미니즘 행사 때마다 나타나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스토킹 사건의 발단 이 사람은 원래는 내가 운영하던 소규모 페미니즘 단체의 회원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내어 모임에 참석해주는 그가 고마웠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대화는 잘 안 통하는 사람인 것 같았지만, 페미니즘이란 언제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법이고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의 식사 자리에서 그가 내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부랴부랴 가져온 옷을 걸친 나는 그 후로 나는 그가 불편해졌다. 그 뒤로 그와 개인적인 연락은 최대한 주고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사건은 이어졌다. 친구들과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페스티벌에 참여했는데, 갑자기 그곳에 나타난 그가 나한테 가까이 와서 "사랑한다"라며 고백 공격을 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아...네..."라고 하고 답하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때라도 단호하게 거절할 걸 그랬다. 그런데 그때는 페스티벌 자리에서 큰 소리를 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보면 나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단호하게 싫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후 그의 불쾌한 접근은 온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여성의 몸 해방운동을 실천하는 나도 스스로의 몸이 뚱뚱하고 못생기다고 느껴지는 아이러니함과 죄책감을 페이스북으로 털어놓자, 그는 '전혀 못생기지 않고 아주 아름다운 몸'이라면서 맥락에 맞지 않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그 길로 그를 페이스북에서 차단했다. 차단당한 그는 내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찾아와 전혀 상관없는 게시글에 자신을 왜 차단했는지 질문하는 댓글을 달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여성의날에 내가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단체 부스에 찾아왔다. 내가 그를 무시하자, 부스에 있던 다른 활동가에게 '가현님한테 페이스북 차단 왜 했는지 물어봐 주실래요?'같은 질문을 했다. 질문을 들은 활동가들은 당황해서 나를 쳐다봤다. 나와 아무런 사이도 아닌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결국 내가 나서서 그에게 차단한 이유를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다고 하고서야 그를 멀리 보낼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잠시 페이스북 차단을 풀고 그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당신의 무맥락 댓글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여기저기 왜 차단했냐고 물어보는 행동은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으며 그의 그 행동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불쾌하게 한다면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퀴어문화축제 입구에서도 나는 그를 마주쳤지만, 드랙킹 분장을 하고 있던 나는 그에게 내 존재를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그날 내내 그가 나를 알아볼까 봐 조마조마했고, 주변 활동가들 옆에 꼭 붙어서 숨어다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나는 그와 내가 속해있는 단체의 다른 활동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해당 단체에서 제명되었다. 나는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3년이 지난 뒤 다시 나타난 스토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난 뒤, 앞서 이야기한 네트워킹 파티에 갑자기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신청한지도 몰랐다. 모든 사고가 정지되는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몸을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편하고 불안해졌다. 저 사람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온 건지, 그러면 내가 활동하는 계정을 계속 팔로우하고 있다는 건지, 왜 온 건지, 어떻하면 멀리 보낼 수 있을지,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활동가는 그에게 "저희는 여자농구팀이라서 남자랑은 같이 안 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준비운동을 하면서 같은 자리에 있는 여성들에게 "저 사람 스토커예요"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어리둥절했다. 누구의 스토커? '내' 스토커라고 소유격을 붙여서 말해야 하는 것도 입이 더러워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나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용기를 내어서 뒤를 돌아 그에게 가까이 갔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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