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너 진짜 괜찮은 거니?" "저는 약과에요. 저보다 더 빡빡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평소 일과를 전해 듣고 화들짝 놀라 물었더니,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민수(가명)는 되레 멋쩍어하며 손사래를 쳤다. 주중과 주말 가릴 것 없이 그의 일과표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 정확하게는 자정을 넘긴 새벽까지 온통 공부로만 채워져 있었다. 1년 365일, 학교와 학원, 독서실을 순례하는 일정뿐이었다. 그의 일과는, 이른바 '8 to 2'였다. 매일 아침 8시에 공부를 시작해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는 뜻이다. 그 사이 6시간이 취침 시간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잠들기 전에 밤참을 먹고, 일어나 씻고 등교 준비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하루에 5시간을 자는 날도 드물단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5시간 이상 자는 고등학생은 많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민수의 성적은 최상위권이다. 모든 과목을 두루 잘하고, 수업 태도도 바르며, 주위에 그를 따르는 친구들도 많다. 그를 무시하거나 흉보는 아이도 없을뿐더러 그가 다른 친구들 뒷담화하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다. 평소 그가 보이는 서글서글하면서도 깍듯한 모습은 모두가 아들 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교사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아침부터 밤늦게, 주말까지 빼곡한 스케줄 그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주중 아침 8시 등교는 그의 오랜 루틴이다. 지각이라는 단어는 그의 사전에 없다. 어수선한 교실에서도 조회가 시작되는 8시 30분까지는 당일 교과를 예습하거나 지난밤 미뤄둔 과제를 하느라 분주한 시간이다. 그는 수험생에게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오후 4시 반. 정규수업이 끝나도 수업은 계속된다. 매일 두 시간씩 방과 후 수업이 진행된다. 언뜻 수업 앞에 덧붙여진 '방과 후'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방과 후'는 수업이 끝났다는 뜻이니, 방과 후 수업이란 '수업 이후의 수업'이라는, 형용모순 같은 조합이다. 모르긴 해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용어이지 싶다. '7(정규수업)+2'의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개인 공부가 시작된다. 저녁 급식을 먹고 나서 야간자율학습(야자)이 이어진다. 수업이 행해지던 교실은 개인별 자습 공간으로 변한다. 민수는 입학 이후부터 지금까지 야자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야자가 끝나는 밤 10시까지를 학교의 공식 일과라고 여기고 있다. 야자 참여 인원은 '청운의 꿈을 품은' 고1이 가장 많고, 시나브로 '현실의 벽을 절감하는' 고2 때 줄었다가, 수능을 코앞에 두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부담감에 고3 때 다시 늘어난다. 야자 참여 인원의 변동을 통해 대입이 교육과정과 학사일정까지도 좌지우지하는 우리 교육의 강퍅한 현실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밤 10시는 학교 교실의 불이 꺼지는 시간일 뿐, 공부를 멈추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시간 다시 보습학원이나 독서실을 찾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듣자니까, 밤 11시경부터 새벽 1시경까지 향후 시험 일정에 맞춰 당일 학습한 교과의 복습을 도와주는 '관리형 독서실'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자기 주도적 학습이 잘 훈련된 민수에겐 그런 서비스는 불필요하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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