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한국말에서 '쉰'이라는 단어는 참 묘합니다. 열의 다섯 배가 되는 숫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음식이 변질됐을 때 나는 '쉰내'의 그 '쉰'을 떠올리게도 하니까요. 쉰을 목전에 둔 나이가 된다는 건, 어쩌면 인생의 가장 싱싱한 유통기한을 지나 서서히 쉰내를 풍기는 존재가 되어갈지도 모른다는 선고처럼 들려 서글퍼질 때가 있습니다. 익어가는 게 아니라, 혹시나 상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같은 거죠. 그래서였을까요. 불현듯 저도 '산소 같은 아저씨'나 '꽃을 든 아저씨'가 한번 되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대로 쉰이 되긴 싫어서 돌이켜보면 저는 예전부터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르는 행위 자체를 귀찮고 번거로워했습니다. 그보다 더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보자면, 그런 행위가 왠지 좀 '쫌스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내 대장부가 거울 앞에서 얼굴을 토닥이며 가꾸는 모습이 자질구레해 보인다고 여겼던 거죠. 그저 세수하고 나서 무심히 물기만 툭 닦아내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 얼굴로 세상에 나서는 것.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시크한 부산 남자'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크함'도 싱싱할 때나 부리는 멋이지, '쉰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앞에서는 장사가 없더군요. 자존심을 지키려다 상해버릴 바엔, 차라리 조금 '쫌스러워'지더라도 향기롭게 익어가는 쪽을 택하기로 한 겁니다. 화장품 코너를 새삼스레 기웃거리는 게 혹여나 '영포티'의 뒤늦은 발악처럼 보일까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내 무릎을 탁 쳤습니다. 놀리려면 놀리라죠. 나는 곧 '피프티'니까요. 막상 화장품을 사려니 이게 또 고역입니다. 상호에 대놓고 젊음이 들어가 있는 올리브영에는 도무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인터넷으로 화장품을 사려고 해도 뭐가 뭔지 알아야 살 텐데, 뭘 사야 할지도 모르니 이것도 대략 난감입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곳은 착한 가격표가 붙은 다이소였습니다. 이 상점에서 파는 화장품들은 가격도 참 착합니다. 단돈 5000원. 별다방 커피 한 잔 값으로 회춘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건, 당최 얼굴에 뭘 바르는 걸 번거로워하던 저 같은 사람에게 조차 더 없이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어차피 모르는 브랜드 이름이나 레티놀이니 세라마이드니 하는 외계어 같은 성분들은 도무지 읽히지 않으니, 대신 '주름 개선'과 '늘어진 모공 관리'라는 기능에만 집중하며 장바구니를 채워봅니다. 어느새 입문자의 바구니에는 하루키가 말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하나둘 채워집니다. 화장품에 야구 포지션을 붙였더니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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