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봄이 되면 일본 열도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대기업 회의실에서는 노사 대표들이 마주 앉아 숫자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언론은 올해 임금인상률이 얼마나 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국에서 보면 낯선 풍경일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안정된 선진국인데, 왜 해마다 봄마다 임금 협상을 반복하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조금 다르다. 왜 일본은 30년 넘게 임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는가. 그리고 왜 이제 와서 다시 임금 인상에 매달리기 시작했는가. 30년의 침묵, 한 세대가 증발한 임금표 일본의 춘투 임금인상률은 2023년 3.58%로 반등했고, 2024년에는 5.10%에 이르러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33년이라는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한 세대 동안 일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기업은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은 내부유보로 쌓였지 노동자의 지갑으로 오지 않았다. 2025년 춘투 최종 집계에서는 전체 임금인상률이 5.25%, 300인 미만 중소 조합은 4.65%를 기록했다. 2026년에도 흐름은 이어졌다. 3월 23일 기준 1차 집계에서 평균 인상률은 5.26%로 전년보다 0.20%포인트 낮았지만, 3년 연속 5%대를 유지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 조합도 5.05%로 처음 5%를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일본이 마침내 임금 정상화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여전히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임금 인상이 시작됐다고 해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액 회답의 그늘: 대기업의 봄, 중소기업의 겨울 3월 집중 회답일에 도요타 자동차는 6년 연속, 히타치 제작소는 5년 연속 만액 회답(요구액 전부 수용)을 기록했다. NEC, 미쓰비시전기, 후지쓰, 파나소닉홀딩스 같은 대기업도 잇따라 고수준 인상에 나섰다. 도요타의 인사 책임자는 "생산성 향상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이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전략적 계산이라는 뜻이다. 반면 일본 전체 고용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은 다르다. 렌고는 격차 해소를 위해 "전체 5% 이상, 중소 6%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 중소 조합의 인상률은 5.05%에 그쳤다. 히타치와 NEC, 후지쓰 같은 대기업이 6% 안팎의 인상을 단행하는 동안, 상당수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그만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같은 일본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임금 현실이 공존하는 셈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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