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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자가 채점하는 격' 환경영향평가부터 고쳐야 | Collector
'응시자가 채점하는 격' 환경영향평가부터 고쳐야
오마이뉴스

'응시자가 채점하는 격' 환경영향평가부터 고쳐야

인공 분수를 만들어 호수를 살리겠다고 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가 경포호에 추진하려 했던 '수질개선 사업'의 요지다. 경포호는 동해안에 있는 대표적인 석호 중 하나다. 해수가 유입되어 독특한 습지 생태계를 구성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가시연과 수달, 텃새와 철새들이 산다. 여기에 길이 400미터짜리 대형 분수를 만들어 최고 150미터 높이로 해수에 가까운 염도의 물을 뿜어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업자인 강릉시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2025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조건부 협의 의견을 내면서 사업은 강행 수순으로 치닫는 듯 했다. 강릉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낸 끝에야, 강릉시는 사업 백지화가 아닌 '잠정 보류'를 선언했다. 질문이 남는다.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만 이러한 개발을 잠시나마 멈춰 세울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제도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하 기후부)에서 도지사에게 이양한 특별법 상 특례 조항의 문제다. 형식만 지키면 내용은 엉터리여도 괜찮은가 개발 사업은 대상 지역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고,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파급 효과는 돌이키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이러한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정책 계획이나 개발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미리 검토해서 따져보고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 관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가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주민은 사업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평가 절차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굵직한 국책사업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빈번하게 불거지는 문제는 평가서가 거짓되거나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례와 같이 중요한 생물종이 누락되고, 지형적 특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마저 은폐된 사실이 밝혀졌다. 원인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되는 구조에 있다. 평가서는 사업자가 직접 발주하고 대행업체가 작성한다. 사업자로부터 독립적인 평가가 나오기 어렵다. 여기에 평가서 작성을 담당하는 1종 대행업체와 현장 조사를 담당하는 2종 대행업체가 분리되어 저가 하도급으로 이어진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현장에 충실한 조사결과가 나오기는 더 어렵다. 거짓·부실 작성이 밝혀지더라도 처벌은 대행업체에 국한된다. 거짓·부실 등의 문제로 재평가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이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게 잘못된 평가서를 시민이 검토할 수 있는 기회는 평가서 초안이 나왔을 때인데, 그나마도 비공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시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가 환경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불씨가 된 것은, 독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평가서, 불분명한 책임소재, 시민들에게 차단된 정보와 형식적인 절차 참여 기회가 가져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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