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난 1월 25일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연일 강경한 부동산 투기 척결 의지를 쏟아내고 있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정상화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과제다", "나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 꼭 뿌리 뽑겠다"와 같은 메시지들이 하루가 멀다고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직접적이고 단호한 경고는 즉각적인 파급력을 발휘했다. 호가를 높이던 매도자들은 곧 닥칠 세금 부담을 염려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영끌 매수'에 나서던 수요자의 불안 심리도 눈에 띄게 진정되고 있다. 3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의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보다 12포인트 내린 96으로 집계됐다(이 지수가 100을 밑도는 것은 1년 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 값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던 2024년 3월 이후 2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이대로 간다면, 한정 없이 오를 것으로 보였던 수도권 집값은 마침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양도소득세의 '매물 잠금 효과'를 꼬집어 언급한 것을 보면, 그에 대한 대책도 세워두고 있을 법하다. 투기 심리를 제압하고 시장의 과열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 빠른 '메시지 정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밝힌 구체적인 투기 근절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지, 다주택자 대출 연장 중지, 임대 사업자 양도소득세 감면의 점진적 철회 세 가지다. 현재 시장은 잔뜩 엎드린 채, 앞으로 이 세 가지 대책 외에 어떤 대책이 추가로 발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SNS 정치의 한계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언급한 이 세 가지 조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과열을 일시적으로 누르는 데는 유효할지 몰라도, 꼬일 대로 꼬인 대한민국 부동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이 근본적인 제도 정비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대통령의 단발적 메시지들에 의해 주도되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SNS 정치는 높은 국정 지지율에 기댄 '보여주기식' 대처로 끝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서 시장에 구두 개입을 이어갈 경우, 정작 정책을 설계하고 실무를 담당해야 할 관계 부처 관료들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복지부동하기 쉽다. 권한과 재량이 주어지는 경우 관료 사회는 내부 토론과 탐구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을 개발하려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수시로 메시지를 날리는 경우 관료들의 적극적인 정책 개발 의지는 꺾이고, 마침내 지시 이행에만 급급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2025년 10.15대책이 발표된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범정부 차원의 정교하고 체계적인 종합 대책이 발표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부동산 정책에서 단기주의와 장기주의의 차이는 극명하다. 치솟는 열을 내리기 위해 급하게 해열제를 처방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식의 대증요법이 단기주의라면, 시간이 걸리고 일시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시장의 근본적인 틀을 바꿔서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하는 구조 개혁이 장기주의다. 진보개혁 정부라면 두 방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수십 년간 노무현 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들도 투기 광풍이 불면 각종 투기 억제 조치를 쏟아내는 냉탕식 정책 운용을 반복했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 기미를 보이면 역대 정부들은 즉시 투기 억제 장치들을 모조리 해체하며 시장 부양책을 꺼내 드는 열탕식 정책 운용으로 돌아섰다.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땔감으로 활용한 것이다. 냉열탕식 정책으로 단기 처방에 급급했던 과거의 낡은 악순환이 지금 다시 반복되려는 것은 아닌지 깊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장기주의적 청사진의 중요성 여기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과 기득권층의 거센 조세 저항을 온몸으로 감수하면서까지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불로소득 환수 장치 강화,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추진, 실거래가 제도 정착 등 획기적인 제도 개혁을 밀어붙였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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