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늘 무언가가 남는다. 어떤 곳에는 쓰레기가 남고, 어떤 곳에는 기억이 남는다. 세종보 상류 금강변에 세워졌던 녹색 천막 자리에는 수많은 시민들의 기억이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천막이 사라진 모래톱에는 다시 생명이 자리할 것이다. 풍경은 달라졌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700일이라는 시간은 길고 복잡한 결을 가진 시간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1시 30분, 세종시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 앞에 익숙한 얼굴들이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강을 지켜온 활동가들과 그 곁을 지켜온 시민들이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이날 '4대강 재자연화 국정과제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700일간 이어온 세종보 천막농성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는 단순한 종료 선언이 아니라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앞서 지난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시민사회는 4대강 재자연화 추진 합의안을 발표했다. 연내 16개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고, 일부 보는 2027년 상반기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낙동강 취·양수장 개선과 녹조가 심각한 하류 보 개방 추진도 포함됐다. 이는 후퇴했던 물 정책이 다시 움직이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이행을 담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대강 사업 이후 반복된 정책 후퇴를 고려할 때,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해단식 아닌 기억식, 700일의 시간 되짚다 문성호 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목표로 시작된 700일의 농성이 실제 재가동을 막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4년 4월 29일 세종보 상류에 천막이 설치된 이후, 전국에서 약 2만여 명의 시민과 활동가들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 농성은 단순한 현장 대응을 넘어 물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녹조 문제를 다시 짚었다.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고, 녹조 독성으로 인한 주민 건강 위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도훈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2017년 이후 추진된 재자연화 정책이 2021년 보 처리 방안 확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철거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 정책이 다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기존 보 처리 방안 취소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으로 자연성 회복 기조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수생태 연속성 확보 사업 중단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후대응댐 추진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자회견문에서는 "농성의 종료는 투쟁의 끝이 아니라 실질적 이행을 위한 전환"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시민행동은 향후 재자연화 추진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향해 재자연화 추진을 위한 실무조직을 조속히 구성하고, 합의된 과제들을 지체 없이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오후 2시 30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인 필자의 사회로 농성장에서 해단식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시간을 정리하는 자리는 해단식이 아니라 기억식으로 진행되었다. 금강에서 시작된 흐름은 낙동강과 영산강, 전국의 현장으로 이어졌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이어진 싸움이 결국 하나의 문제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기억식에서는 비에 잠겼던 날들, 폭염 속에서 버텨야 했던 시간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장 치열했던 순간들이 차례로 복기되었다. 하루하루가 켜켜히 쌓여 만들어진 시간이었고, 공간이었다. 세종보 농성장은 인간의 투쟁 공간에만 머물지 않았다. 농성장 앞 작은 웅덩이에서는 너구리와 고라니가 모습을 드러냈고, 세 번의 봄 동안 멸종위기 야생조류인 흰목물떼새의 번식이 확인됐다. 멸종위기 어종인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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