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현금성 지원에만 4.8조원 투입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1조 최다 민생·원자재 ‘응급처방’… 李, 33년 만에 ‘긴급재정명령’ 거론도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고유가 위기를 넘기 위해 정부가 26조 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현금성 지원에만 4조 8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이는 지난해 12조 1709억원 규모였던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약 40%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긴급할 경우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위기 대응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안’을 의결했다. 올해 기획재정부에서 분리·신설된 기획예산처의 첫 추경이자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유가 급등으로 민생 경제 타격이 본격화하자 기획처는 통상 40일 걸리는 편성 기간을 역대 최단기인 19일 만에 마쳤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산 중 가장 많은 10조 1000억원은 고유가 부담 완화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4조 8000억원은 소득 하위 70% 이하를 대상으로 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쓰인다. 수도권 거주자는 기본 10만원을 받고, 거주 지역과 취약 정도에 따라 최대 60만원까지 가산되는 구조다. 지난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 5조원도 포함됐다. 여기에 나프타 수급 위기에 대비한 예비비 5000억원과 유류비 예산 부족분 3000억원이 반영됐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 877억원을 투입해 K패스 환급률을 6개월간 최대 30% 포인트 높인다. 현재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저소득층은 53%를 환급받는데, 추경안 통과 시 83%까지 혜택이 늘어난다. 정부는 약 65만명의 신규 이용자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20만 가구에는 5만원씩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농어민의 면세유와 비료·사료 구매에는 1000억원을 지원한다. 취약계층과 청년 등 민생 안정에는 2조 8000억원이 투입된다.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300곳으로 2배 확충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의 3분의1을 보장하는 데 279억원을 투입한다. 구직 단념 청년의 복귀를 돕는 ‘K-뉴딜 아카데미’ 신설에도 1000억원을 배정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800억원,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문화·관광계에 586억원을 지원한다. 영화 관람객 600만명에게 1회당 6000원, 공연 관객 50만명에게 1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2조 6000억원도 투입한다. 수출바우처를 1만 4000개로 2배 확대하고 수출 정책금융 7조 1000억원을 공급한다. 나프타 수입 비용 일부 지원에 5000억원, 석유 비축 물량 확대에 20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으로 충당한다. 초과세수만으로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일곱 번째다. 정부는 1조원 규모 국채 상환 계획도 제시하며 ‘선심성 예산’ 비판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서 50.6%로 1% 포인트 낮아지고 명목 GDP는 0.2% 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하며 “대응책을 고민할 때 기존 관행이나 통상적 절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실제 행사한다는 게 아니라 공직자들에게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라는 의미에서 예시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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