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업주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관계가 다시 돌아올 수 없겠죠?" 3개월이나 월급을 못 받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찾아온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신속하고 적은 비용으로 체불된 임금을 받는 방법은, 고용노동지청에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더니 돌아온 질문이었습니다.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노동 상담을 하다 보면 악성화된 피해 사례가 자주 발견됩니다. 장기간의 임금체불이나 수년간 지속된 직장 내 갑질이 대표적입니다. 혹자는 그렇게 길게 월급을 못 받고 갑질 당하면서 왜 때려치우지 못하는 거냐며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담 경험상 적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찾아온 악성 임금체불 피해자들은 선했고, 사용자와 관계가 돈독하며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습니다. 사용자가 임금을 수개월 체불해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사장님도 어려울 거야'라며 상대의 사정을 헤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가 피해 노동자의 능력을 인정하며 도와달라 호소하면 쉽사리 피해 사업장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고용관계의 수면 아래 흐르는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를 비롯한 사용자의 불합리한 관행을 문제 삼으면, 그가 예상했던 대로 사용자와 피해 노동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사용자로서는 피해 노동자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월급 주며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잘 처리하던 사람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제야 사용자는 피해 노동자들이 비로소 감정을 가지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한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상담사례로 볼 때 노동자의 문제 제기가 있고 난 뒤 사용자가 피해 노동자에게 감정적으로 배신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용자 대다수는 피해 노동자의 임금체불 신고나 직장 내 갑질 신고에 대해 펄쩍 뛰며 배신감을 토로합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해 임금 등의 근로조건 향상을 요구하며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도 그렇습니다. '내가 얼마나 너희들에게 잘해 줬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냐?' 이런 식이지요. 그러나 이런 불편한 감정의 대립은 잠깐입니다. 결국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처벌의 위험을 피하려고 피해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사용자가 '내 덕에 먹고 사는 것들이랑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하다니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노동조합과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교섭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처럼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상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보거나 고통을 받는다면, 함부로 상대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권리를 짓밟을 수 없습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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