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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쓰는 식물원들...나무 이름에 담긴 슬픈 진실 | Collector
반성문 쓰는 식물원들...나무 이름에 담긴 슬픈 진실
오마이뉴스

반성문 쓰는 식물원들...나무 이름에 담긴 슬픈 진실

베를린에 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다. 이제 서울과의 시차는 일곱 시간으로 줄었다. 아직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서머타임이라니 가소롭지만,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나무엔 고운 연두색으로 물이 오르고, 잔디밭에선 수선화와 크로커스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베를린 식물원에 가야 할 때다. 정기권 보유자인 나는 베를린 식물원을 마치 내 정원처럼 여기며 수시로 드나든다. 햇살이 화사한 날이면 "정원사들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지 한번 가 볼까?"라는 농담을 던지며 식물원으로 향할 때가 많다. 그동안 수천 장의 사진을 찍었고, 눈 감고도 길을 잃지 않을 만큼 동선도 외워 버렸다. 아직은 날이 추워서 걷다가 추워지면 열대 식물관으로 피해 들어갔다. 사우나처럼 훅하고 끼쳐오는 습한 열기, 흙과 식물이 빚어내는 묘한 향은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그 옆 빅토리아관의 대왕 수련과 파란 수련을 보려던 나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보수공사 중이란다. 또!? 무려 5년간 보수 끝에 다시 문을 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베를린이 왜 이럴까. 투덜대다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에서 서식하는 대왕 수련을 베를린에서 못 보게 되었다고 실망하는 나는 1850년대 이 진귀한 식물을 아마존에서 유럽으로 끌고 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붙였던 식물학자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한겨울에 신선한 오이와 샐러드가 없으면 소동을 벌이는 사람들과 뭐가 다른가? 나는 지금까지 이곳 베를린 식물원을 애정 어린 눈으로만 봐 왔다. 아름다운 식물, 조용한 산책, 공부와 사색의 장소. 전 세계의 식물을 다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았고 열대 식물관에 서 있는 키 30미터가 넘는 바나나 나무를 신기해했다. 열대 유용식물관에서 커피나무를 발견하곤 흥분했었다. 빅토리아관에서 지름 2미터짜리 수련잎의 기적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남미의 아마존에서 서식하는 이 진귀한 식물이 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얻어 가졌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긴 했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제국주의 시대에 식물학자, 식물수집가들이 식민지에서 무수한 식물을 수집해서 유럽으로 가지고 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런가 보다 했다. 덕분에 남반구 식물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마워했다. 식물을 수집해 온 것이 식물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요즘 유럽 각지의 식물원들이 다투어 반성문을 발표하고 있다. 세상 착한 곳이 식물원 아닌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실은 제국주의 시대에 저질렀던 '식민 식물학과 식물 경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식물원의 반성문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핵심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선 식물의 이름, 즉 라틴어로 표기되는 학명이다. 빅토리아 수련처럼 엉뚱한 이름이 붙은 식물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탈식민주의 명명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다음 경제작물이다. 식물원은 경제작물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아니지만 식민지에서 가져온 각종 식물의 경제성을 검토하고 재배·번식 방법을 실험해서 종자 혹은 어린 묘를 만들어, 식민지로 다시 보내는 역할을 했다. 식민지로 다시 보낸 까닭은 그곳의 유리한 기후 조건에서 대량 생산하여 상품화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의 식물원에선 전문가를 딸려 보내 재배법을 지도하고 생산을 감독했으며 틈틈이 다른 식물을 채집해서 본국으로 보내는 순환이 반복되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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