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귀를 때리는 듯한 빗소리 위로 배우 이제훈의 낮은 나레이션이 스며들었다. 김광균의 시 ‘노신(魯迅)’이 낭송되자 어두운 무대엔 하얀 타이포그래피가 솟아올랐다. 이중 프로젝션으로 입체화된 글자들은 구름처럼 부유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인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1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슬라 인 서울―추일서정: 김광균’은 한국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김광균(1914~1993)의 작품 세계를 음악과 낭송,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종합 예술 공연이다. 지난해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하슬라국제예술제’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서울에서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하슬라(何瑟羅)는 삼국시대 강릉의 옛 이름이다.강릉 공연과 달리 이제훈의 녹음 나레이션이 더해진 서울 공연은 김광균의 대표 시 9편을 중심으로 16개 장면으로 재구성됐다. 눈과 비, 바람, 바다, 안개, 기적 등 시 속에서 반복되는 감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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