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tvN 예능프로그램 <보검 매직컬>에서는 박보검이 외딴 시골마을에 미용실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마법 같은 일을 벌인다. 박보검이 눈앞에 나타나기만 해도 '이건 꿈일 거야'를 외칠 판에, 내 머리까지 만져준다니 이건 정말 온 우주의 행운을 들이부은 마법이 아닐까. 초보 이발사가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을 다하는 가위질은 나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들지만, 진심에 최선을 얹은 그를 보고 있으면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된다.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 무주 시골 동네 어르신들이 참으로 부럽다. 25년 전 파킨슨을 진단받은 아빠는 건강을 잘 지켜오시다, 2년 전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셨다. 바깥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아빠가 현관문 밖을 나가는 건 병원을 갈 때뿐이다. 매일 1시간씩 돌던 산책도, 아빠의 친구분들이 몸이 불편한 아빠를 위해 집 앞으로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던 모임도, 산들바람에 올라탄 꽃내음이 풍성했던 꽃나들이도 이제는 딴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외출이 어려운 아빠 머리 자르는 딸 외출이 힘들어진 아빠에게 머리를 깎는 일상다반사는 어느 순간 너무나 큰일이 되어버렸다. 이발소를 가지 못한 몇 달 사이에도 아빠의 머리카락은 속절없이 자라고 있었다. 점점 자라나는 아빠의 머리카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나는 결단을 내렸다. 단발머리의 아빠를 상상할 수는 없는 터! 이래 봬도 30년간 내 앞머리를 스스로 잘라 온 나이지 않은가. 앞머리나 뒷머리나 비슷하지 않겠어? '그래, 내가 아빠의 머리를 잘라보겠어!' 문화센터라도 다니면서 이발 기술을 연마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평일에는 회사에, 주말에는 본가 충청도에 내려가 아빠 병간호를 하는 나에게 그런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우리에겐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유튜브가 있지 않은가. 긴 영상도 사치다. 바쁘다 바쁜 현대사회에 4분짜리 영상이면 충분하지. 쓱싹쓱싹, 너무나도 쉽게 머리를 잘라내는 전문가의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에 자신감을 충전한 나는 곧바로 이발도구를 주문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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