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아들, 산후조리비는 엄마가 줄게." 3월 5일, 친손녀가 태어난 날 아내가 아들과 통화하며 한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물었다. 그걸 왜 나와 상의도 없이 먼저 정하느냐고. 그러자 아내의 목소리 톤이 금세 올라갔다. "내 친구들도 다 그렇게 했어." 친손녀의 탄생은 분명 우리 가족에게 큰 축복이다. 아들 부부는 부모가 되었고, 우리 부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다. 그런데 기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우리 부부는 돈 이야기부터 꺼내야 했다. 겉으로는 산후조리비 문제였지만, 실제로는 자녀를 어디까지 도울 것인가, 그리고 긴 노후를 어떤 기준으로 버틸 것인가를 두고 부딪힌 셈이다. [아내 입장] 부모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야지 아내의 생각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해줄 수 있으면 해주는 게 맞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몸을 추슬러야 하는 시기인데 부모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돕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주변 친구들도 다 그렇게 했고, 이런 때 손을 보태는 것이 가족의 정이라는 논리였다. 듣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새 생명을 맞이한 집에 온기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힘든 시기에 부모가 등을 받쳐줘야 한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아내는 늘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을 먼저 본다고 할까. 오늘 감사할 일이 있으면 감사하고, 오늘 도울 수 있으면 돕자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남편 입장] 소득은 줄고 건강은 나빠질텐데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내 머릿속에는 지금의 몇 백만 원보다 그 뒤에 이어질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노후 40년이다. 퇴직하면 끝날 줄 알았던 돈 문제는 오히려 그때부터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소득 활동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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