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아이들은 "뭐가 문제냐"고 했고, 지방대 출신 동료 교사들은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의 위기'이자 '천박한 우리 사회의 징표'라고 여긴 내 생각은 주위 누구에게도 공감받질 못했다. 다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 대학이라고 독야청청할 순 없겠지만,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처럼 변화 속도가 빨라 보였다. 졸업한 지 30년이나 지난 지금, 당시를 추억하는 게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끼면서도, 달라진 풍경에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했다. 몇 해 전 아이들과 함께 모교를 탐방한 적이 있다. 선배들이 직접 나와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교정을 구경시켜 주고 진학과 관련된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에게 약속 장소를 정하라고 했더니 대뜸 'SK 미래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처음엔 학교 밖 시설인 줄로 알았다. 당시엔 기업의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건물이 대학 내에 버젓이 세워져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명색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기업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후배들의 간식을 챙기러 간 곳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이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놀라움은 약과였다. 이젠 교정에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건물이 드문 상황이 됐다. 'SK 미래관'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경영관', 'LG 포스코 경영관', '동원 글로벌 리더십 홀', '수당 삼양 패컬티 하우스', '상남 정경관', ' CJ 법학관', '하나 과학관'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과 금융회사가 총망라되어 있다. 이곳이 대학의 교정인지 기업 홍보를 위한 박람회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교정에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하늘을 가리고 있고, 녹지라고 해 봐야 길가의 화단이 사실상 전부다. 흙이 콘크리트로 완전히 덮였다. 기업의 돈으로 대학 건물을 지어주는 대신 이름을 새겨 홍보하는 효과는 커 보인다. 기업이 단과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처럼 불리고 있다. 예컨대, 경영대학 건물은 기업의 이름으로 대체되어 '현차관'이나 'L포관'으로 불리고, '동원 글로벌 리더십 홀'은 '동글리'로 줄여 부르며, 마치 기업의 애칭처럼 활용된다. 친일파 '수당'까지 이름에... 그 시절 총학생회의 '사자후'는 어디로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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