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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암동 가면 분명 웃게 될 거예요, 이 남자 때문에 | Collector
지금 부암동 가면 분명 웃게 될 거예요, 이 남자 때문에
오마이뉴스

지금 부암동 가면 분명 웃게 될 거예요, 이 남자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손안의 작은 화면에서는 매 순간 화려한 색채와 자극적인 정보들이 쏟아지고, 세상은 더 빨리, 더 높이 나아가라며 우리를 끊임없이 채근합니다. 그 소란한 틈바구니에서 '나'라는 존재는 마치 맷돌에 갈리는 낱알처럼 속절없이 마모되어 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런 시대에 비움의 구도자 '김상유'라는 이름을 다시 기억해 내고,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김상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용한 경이입니다(4월 1일~8월 17일). 화려한 유행에 가려졌던 거장의 이름을 다시 정중히 불러내고, 그의 정적 앞에 서기 위해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다는 사실. 그것은 소음의 시대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본질이 우리 곁에 건재함을 알리는 고요한 파문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상유 화백 '청산유거'와의 만남 사실 제게 김상유 화백은 단순한 예술가를 넘어, 인생의 어느 고단한 길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랜 벗과도 같습니다. 그와의 인연은 11년 전, 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을 자주 드나들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제가 박물관에서 가장 좋아하고 수백 번은 더 봤던 작품이 바로 김상유 작가의 1992년작, 청산유거(靑山幽居)였습니다. '푸른 산(靑山) 속에 그윽하게(幽) 머문다(居)'는 의미의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기분 좋은 울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화면 속에는 청량한 목어 소리가 들릴 듯한 산사가람(山寺伽藍, 산속의 절) 한 채가 놓여 있고, 그 적요한 누각 위에는 천전장락(川前長樂) 네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시냇물(川) 앞에서(前) 오래도록(長) 즐거움(樂)을 누린다'는 그 문장을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벗 삼아 영원한 즐거움을 노래하는 그 선언이 어찌나 멋스럽고 운치 있게 다가오던지요. 그 누각 아래, 도사연(道士然, 마치 도사 같은 모습)한 사람이 홀로 앉아 있습니다.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무심경(無心境, 아무런 사심이 없는 마음)의 삼매(三昧, 고요함·적멸·정신집중의 명상 상태)에 빠져 있는 인물. 그런데 그 표정이 뜻밖에도 너무나 귀엽고 무구합니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눈을 감은 모습은 마치 연로한 동자상(童子像) 같기도 합니다. 이 공간은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처럼 지극히 정갈하게 와닿으면서도, 그 속의 인물은 한없이 다정합니다. 미동도 보이지 않는 그 표정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었을 것입니다. 은둔자로 자족했던 김상유가 도달한 탈속(脫俗, 세속에서 벗어남)과 달관(達觀, 본질을 꿰뚫어 봄)의 경지가 바로 그 작은 인물 안에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인생은 그렇게 무겁기만 한 건 아니랍니다'라고 속삭이는 듯한 그 희미한 미소를 마주하면, 어깨를 누르던 짐들도 잠시 가벼워집니다. 철학적 사유와 새김의 정신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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