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오늘도 한 무리의 졸업생 제자들이 찾아왔다. 대개 스승의 날 즈음에 맞춰 오는데, 요즘엔 시도 때도 없다. 박카스 한 상자를 손에 들고 교무실을 순회하며, 만나는 선생님마다 하나씩 꺼내어 선물하듯 건넨다. 신기하게도 졸업한 지 몇 해가 지났는데도 아이들의 이름이 기억난다. 제자들의 모교 방문은 대학 시험 기간이 대목이다. 특히 갓 졸업한 새내기라면 거의 예외가 없다. 첫 월급 타면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하듯, 1학년 첫 대학 시험이 끝난 뒤 모교를 찾는 건 일종의 불문율이 됐다. 그날은 그들의 미주알고주알 대학 생활 이야기로 교무실이 종일 소란스럽다. 군에 입대하거나 전역할 때도, 휴가를 나올 때도 학교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마치 은사 앞에서 입대와 전역 신고를 하듯 방문한 느낌이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대견한 마음에 부러 쓰다듬으며 농을 건네게 된다. 교사로서 보람되고 뭉클한 순간이다. 공립 학교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이를 내심 부러워한다. 사립 학교에서만, 그것도 남자 고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말한다. 공식적인 방문 행사가 있거나 졸업한 첫해라면 모를까, 몇 년이 지나서도 모교를 떼 지어 찾아온다는 건 공립 학교에선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여학생의 경우엔 더욱 드물다고 한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단지 은사를 뵙고 싶어 모교를 찾아온 여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여학생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출가외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성별의 차이라기보다는 인사이동이 잦은 공립 학교의 한계일 테다. 공립 학교의 졸업생에겐 '모교는 있어도 은사는 없다.' 4년마다 다른 학교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모교를 찾아 사제지간의 연을 이어가기란 여간 쉽지 않다. 교육청에서는 근무지도 교사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조회가 제한되어 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찾아뵈려는 은사의 근무지를 물어물어 알아낼 수는 있겠지만, 번거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은사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고 해도 선뜻 통화 버튼을 누르기 망설여진다. 학교 생활의 격차, 사립과 공립 "중학교는 몰라도 고등학교는 공립보다 사립이 백 배 나아요." 얼마 전, 중학생 자녀가 공립 학교로 배정되어 속상하다는 동료 교사의 하소연을 들었다. 사립 학교에 다니는 큰아이의 경우와 학교생활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놀랐다고 했다. 이는 모교에 대한 추억이나 교사의 보람 같은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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