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누군가가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쏘고, 공습을 감행하고, 보복을 말하며 다음 공격을 예고한다. 최근에도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사이의 긴장은 전쟁의 불씨를 더욱 크게 키우고 있다. 누군가는 지도 위의 점 하나를 지우듯 특정 지역을 공격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명분있는 공격이라 부르지만, 그 사이에서 실제로 죽어가는 것은 언제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에는 이란의 학교가 공격당해 어린아이들이 집단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건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계속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란과 미국, 그리고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전쟁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전쟁이 멈추길 바라지만, 전쟁은 언제나 너무 많은 이해관계와 권력의 손을 붙잡고 있다. 그래서 쉽게 끝나지 않는다. 거대한 결정은 늘 윗사람들이 내리지만, 그 결과를 몸으로 견디는 건 결국 이름 없는 소시민들이다. 그들은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전쟁으로 얻을 것도 없다. 그저 하루를 살아내려 했을 뿐인데,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가족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총성과 폭격 속에 던져진다. 전쟁은 그렇게 권력자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하나씩 파괴하며 진행된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바로 그 잔혹한 현실의 한가운데에서 시작한다.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 날,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에 6살 아이의 구조 요청이 접수된다. 가족과 함께 피난하던 중 총격을 당한 차 안에 홀로 남겨진 아이, 힌드의 구조요청이었다. 영화는 그 구조 요청이 접수된 이후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그대로 따라간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영화 속에 실제 적신월사 직원들과 힌드의 통화 음성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음성은 연기가 아니고, 실제로 지옥 한복판에서 살아남고 싶어 했던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쟁의 파편을 보여주는 다큐에 더 가깝다. 어쩌면 이만큼 전쟁의 폐해를 현장감 있게 담아낸 영화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첫 번째 감정] 힌드의 두려움 6살 아이 힌드는 적신월사 직원들과 통화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데리러 와 달라고 말한다. 그 목소리는 너무 작고, 너무 얇고, 너무 떨려서 오히려 더 또렷하고 절박하게 들린다. 아이는 처음에는 주변 가족들이 자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그건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을 직접 표출하기 싫어서 고른 표현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주변의 가족들이 모두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기 싫었을 뿐이다. 차 안에는 죽은 가족들이 있고, 바깥에서는 탱크 소리와 총소리가 들린다. 겨우 여섯 살인 아이에게 그 공간은 얼마나 큰 공포였을까. 영화가 잔인한 건, 그 두려움을 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힌드는 울부짖지도 않고, 영화는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으로 관객을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대신 영화는 차 안의 어둠과, 들려오는 총성, 그리고 통화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만을 들려준다. 그 침묵은 참 견디기 어렵다. 영화 중반, 적신월사 직원 중 한 명이 힌드에게 편안한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바닷가에서 노는 모습,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아이를 달랜다. 그런데 그 장면은 이상하게도 위로보다 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아이는 지금 총성과 죽음 사이에 갇혀 있는데, 어른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상상 속의 평화를 꺼내 진정시켜야 한다. 당장 해줄 것이 그것밖에 없다. 그리고 끝까지 힌드는 반복 해서 말한다. 제발 자신을 구해달라고. 누군가 와달라고. 이제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순간에도, 아이는 계속해서 구조를 요청한다. 어른들이 자꾸 기다리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은 더 어두워지고, 총소리는 더 차갑게 들린다. 이 영화가 무서운 건, 힌드의 두려움을 거대한 사건으로 만들지 않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공기는 더 건조하고, 더 참혹하다. 전쟁이 주는 두려움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바로 그 아이의 숨죽인 공포를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는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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