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간 행정 통합이 이슈로 떠올랐다. 행정 통합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예전엔 기초 자치 단체의 통합이었다면 이번엔 광역 자치 단체의 통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소멸 때문이다. 그런데 통합하면 지역 소멸이 사라질까? 지난 3월 31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마산아재와 20조' 편이 전파를 탔다. 마산, 창원, 진해가 2010년 창원으로 통합한 후의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통합 후 16년이 지났지만 갈등을 겪는 창원시의 문제점을 짚었다. 또 일본 사례를 통해 행정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통합은 지역의 미래가 걸린 문제"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떤가요? "복합적인 마음이 드는데요. 지금 전국적으로 다시 불붙고 있는 행정 통합 논의를, 이미 통합을 겪었던 마산·창원·진해의 사례를 통해 차분하게 짚어봤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고요. 취재하면서 느낀 건, 통합이라는 게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정체성, 그리고 지역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이 끝났다고 질문이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다큐멘터리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넣으셨더라고요. "행정 통합이라는 주제가 굉장히 추상적입니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눈에 보이는 대상이 없어요. 현장을 찍는다고 해서 이 정책이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함께 작업한 촬영기자 선배가 이전 작업에서 만화 형식의 표현을 활용했던 경험이 있었고, 요즘은 영상툰 같은 형식도 익숙하잖아요. 그래서 비유적인 서사를 하나 만들어서 중간에 넣으면, 이 복잡한 논의를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어서 장치를 끼워 넣었어요." - 왜 행정 통합을 취재하게 됐나요? "이미 마·창·진(마산·창원·진해)처럼 한 번 통합을 경험한 사례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지금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왜 다시 통합일까'라는 질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2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정이 걸려 있잖아요. 이건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결단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중앙정부가 왜 지금 통합 카드를 다시 꺼낸 건지, 과거와 무엇이 다른지 그 배경을 먼저 따져보고, 이 선택이 미래에 잘못된 결정으로 남지 않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까지 짚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 1990년대 김영삼 정부에서 시와 군이 통합했잖아요. 그때와 지금 논의하는 통합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김영삼 정부 때 통합은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이른바 도농 통합이었어요. 전국적으로 시와 군을 묶어서 행정구역을 정비하고, 중복된 행정조직을 줄이거나 도시와 농촌 간 격차에 대해 완화하려는 목적이 컸죠. 반면 지금은 그때와는 결이 다릅니다. 지금의 행정 통합 논의는 '효율을 높이자'는 차원을 넘어서, '이대로 두면 지역이 버티지 못한다'는 위기 인식 속에서 등장한, 일종의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같은 '통합'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당시와 지금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지금 창원 분위기가 어때요?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어요. 촬영하면서 어느 인물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마산에 사는 누구입니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행정적으로는 마산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지 오래됐잖아요. 근데 그분 감각 속에는 여전히 마산이 살아 있는 거예요. 이게 단순히 말버릇이라기보다, 그 지역에서 쌓아온 시간과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행정은 한 번에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의 정체성까지 한 번에 통합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합쳐졌다'는 거와 '섞였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예요. 흥미로운 건, 세대가 바뀌면서 이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젊은 분들은 마산이냐 창원이냐를 크게 구분하지 않는 모습도 있었거든요." - 마·창·진 통합할 때 주민 투표를 하지 않았나요? "당시 통합은 주민 투표 없이 시의회 의결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는 증언들이 이번 방송에 그대로 담겼고요. 당시에는 지방의회 구조상 국회의원의 공천권 영향력이 굉장히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통합 의결 직후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시의원들 입장에서는 공천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실제로 전직 시의원들이 그 압박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걸 특정 정치인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주민 의견을 충분히 묻지 못한 채 속도전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구조적인 한계로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옛 마산·창원·진해 출신 세 명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찍으셨더라고요. "사실 이번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퀀스입니다. 아이템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장면이기도 하고요. 통합이라는 정책은 보통 숫자와 제도로 설명이 되잖아요. 인구가 얼마가 되고, 경제 효과가 얼마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까 전혀 다른 언어로 나타나더라고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정으로 드러납니다. 누가 더 손해를 봤다고 느끼는지, 누가 소외됐다고 생각하는지, 또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런 미묘한 긴장으로요. 마산, 창원, 진해 출신 세 분을 한 자리에 앉힌 건 그걸 가장 생활적인 언어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세 분의 대화 안에, 통합 이후 16년의 감정과 관계가 굉장히 압축돼 있다고 봅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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