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직장을 초토화시킨 경찰의 덫">
오마이뉴스
국가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몸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허위진술 강요와 고발, 낙인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가운데 공동체를 파괴한다.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회복 불가능한 상처 속에 갇힌 채로 방치된다. 국가폭력은 길고도 어두운 터널이다. 사북사건 전담 합수부의 임시조사실은 길고 어두운 국가폭력의 시작점으로서 가장 야만적인 표본이었다.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학대 당한 아저씨들 임시조사실의 집단 고문을 보안대원들이 주도했다면, 유치장의 가혹행위는 정복 차림의 경찰들이 주도했다. 한바탕 고문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유치장으로 돌아오면 수감자들을 향한 학대와 희롱이 이어졌다. 경찰들은 유치장 안으로 들어와 "순경 죽인 새끼들"이라고 욕설을 하며 마치 포로에게 화풀이를 하듯 군홧발로 걷어찼다. 당시 합동수사단 임시조사실에서 취조를 받던 광부들이 칸막이 너머 이웃 아주머니들이 능욕 당하는 모습을 보고 들었다면, 광부들과 함께 정선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던 부녀자들은 동네 아저씨들이 희롱 당하고 학대 당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깜빵 창살에다 발 걸어!" "발 걸어!" 해놓고 개 패듯 패는데 옆 방에서 들으믄 진짜 몸이 소름이 오싹오싹 돋을 정도로 그냥 개 패듯 패는 거여." (이명득, 2008년 증언) 유치장을 감시하던 경찰은 광부들을 마치 원숭이처럼 철창에 매달리게 한 다음, 굴욕적인 자세로 이리저리 오가게 만드는 '철창 타기'를 시키며 놀렸다. 그거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닌 짓을 했단 말이야. 그 XX들이. 여자고 남자고 구분이 없어. 그건 완전 짐승 갖고 놀 듯 갖고 논 거야. (이원갑, 2020년 4월 증언) 유치장에서 남성 광부를 상대로 한 희롱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수감자들이 목격하는 가운데 자행된 노골적인 학대 행위였다. 사북사건 피해자로 고문 당하고 풀려났던 박대성은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유치장 간수 정한식 순경이 '너희들 중 물건이 큰 놈에게 담배를 한 대 주겠다'며 남자들 하의를 벗게 하고 60cm 정도 나무 회초리로 철창 밖으로 나온 성기를 때리며 '이놈은 왜 이렇게 작아' 라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습니다.(박대성, 2006년 증언) 정 순경은 그 전에 사북지서에도 근무했기 때문에 박대성과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 당시 동원탄좌 광부였던 정인교도 그의 학대 행위를 기억했다. 끌려온 아줌마들에게 '그 짓을 안 하니 근질근질하지. 내가 대신해줄까' 하는 등 욕설을 하고 남자들 성기를 내놓게 하고 수치심을 주었습니다. (정인교, 2006년 8월 증언, <사북항쟁과 국가폭력>, 지식공작소, 2021) 사북사건 피해자 윤병천도 바로 옆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던 정 순경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는 사람에게 당한다는 그 사실이 더 절망스러웠다. 그래도 뭐라고 말해. '야, 니 나 아니까 때리지마' 이렇게? 아니잖아. 그런 말을 해도 되지도 않을 거고 아예 말을 안 하는 게 낫지. 저 XX는 인간이 아니라는 거밖에 생각이 안 나지. (윤병천, 2020년 9월 증언)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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