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관리사님, 저 미역국은 정말 냄새도 맡기 싫어요." 작년 겨울, 한 산모의 집에 처음 방문하던 날이었다. 서류 작성을 마치고 주방을 보니 커다란 찜통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역국이었다. 산모는 병원과 조리원을 거치며 삼시 세끼 미역국만 먹다 보니 이제는 쳐다보는 것조차 고역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시어머니가 정성껏 끓여놓고 가신 그 마음이, 산모에게는 차마 외면하기 힘든 무거운 숙제가 되어 있었다. 사실 미역국은 산모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보양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매일 반복되면 질리는 법이다. 나는 산모의 '미역국 거부 선언'을 충분히 이해한다. 출산 후 산모의 주방은 그 집의 형편과 속사정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거실에 놓인 화려한 축복의 꽃바구니 뒤로, 산후의 고단함과 서툰 부모의 막막함이 식재료의 선도만큼이나 선명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성이 담긴 음식이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현장에서, 관리사의 가장 큰 숙제는 단연 식단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입맛이 도는 화끈하고 기름진 음식을 해주고 싶어도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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