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이란은 군사적 열세 속에서도 세계 경제의 숨통인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해 미국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미국을 ‘호르무즈 늪’에 빠뜨린 이란에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 자산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협상에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미국이 받아들일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조치로 큰 수익이 생기면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묵인하는 대신 일종의 전쟁 배상금으로 간주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구상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의 항행을 막아서면서 이번 전쟁은 경제전쟁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피격된 유조선이 불타고 기뢰 설치가 거론되자 세계 경제는 고유가 공포에 파랗게 질렸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해상 길목이 이대로 막히면 1970년대 석유 파동보다 심각한 충격이 번질거린 우려가 번졌다. 아시아 등에서 에너지 공급난이 현실화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했다. 우호국에만 선박 통과를 허용하면서 통행료까지 부과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까지 중국, 그리스, 파키스탄, 프랑스 선주들이 운영하는 대형 선박 약 35척이 통행료를 내고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간과한 게 패착이 된 셈이 됐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지난해 ‘12일 전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도 당시 12일 전쟁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오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이란은 ‘안전한 통행’을 내세워 물동량을 관리하고 인접한 오만과 통행료를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2주간 어떤 선박이 통과되는지, 통행료가 얼마나 부과되는지 등이 이란의 해상 통제권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MST마퀴의 에너지 연구 책임자인 사울 카보닉은 “평화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더 자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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