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단법인 무의를 운영하게 된 동기는 휠체어를 탄 딸이었다. 당사자 가족이란 강력한 동기에도 사업체를 꾸려나가고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아주 가끔 장애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 일에 뛰어들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일하는 '논산발그래일터'와 이를 운영하는 '발그래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하주현 건양대 교수가 그런 분이다. 발그래는 논산에서도 손꼽히는 사회적경제조직으로 29명의 장애 당사자를 비롯한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 관련 기업을 만든 이들은 보통 가족이 장애인인 경우가 많은데, 하 이사장은 조금 다르다. 그가 발그래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4일 하 이사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 본인 소개를 해달라. "발그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교육학, 교육심리를 전공하고 캐나다에서 창의성을 주제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2002년도에 건양대학교에 임용된 후, 2003년에 특수교육과 설립에 참여했다." - 발그래를 처음 시작하게 된 첫 계기부터 이야기해 달라. "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만든 '여행나누리' 동아리가 계기가 됐다. 우연히 기차 안에서 장애 학생과 그 어머니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부모님들이 자녀와 함께 여행 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학생 5명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어 여행을 시작하다가 점점 규모가 커져서 학생 10명, 부모 및 장애 학생 20명이 버스 한 대로 연간 서너 차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1박 2일 무주 여행을 갔을 때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 비장애 딸, 어머니가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그동안 아들 때문에 딸이 어머니와 함께 자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어머니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아들이 엄마와 떨어져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랐다. 그날 밤 아들은 계속 소리를 질러 모두가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냈다. 여행을 거듭하면서 발달장애 자녀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처음에는 어디를 가도 들어가기를 꺼리고 식사 시간마다 어려움을 겪던 청년들도, 2년 정도가 지나자 여행을 하나의 '루틴'처럼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 - "사고 나면 어쩌냐"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그럼에도 계속해 온 이유는 무엇인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하는 오기가 있었다. 이론적 기여를 넘어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창의성 연구를 통해 '포기할 줄 모르고 끝까지 가는 끈기'가 창의성에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장애인 관련 활동은 주로 장애인 부모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자체가 편견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들도 함께 참여할 때 사회가 더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참가자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서 큰 행복을 느꼈다." - '여행나누리' 활동을 통해 당사자 부모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겠다. "어머니들이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갈 데가 없다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 마침 링크(LINC) 사업단에서 창업 제안이 들어왔다. 2017년에 비누 제작을 아이템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1년간 준비 모임을 이어가며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했지만, 대부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럴 때마다 '오늘만은 포기하지 말자. 내일 포기하더라도'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초기에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니의 자녀는 발그래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어머니는 이후 장애인 주간보호서비스 기관을 설립해 발그래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그리는 미래'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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