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한 500미터는 걸은 것 같은데, 우리 뽀돌이 회춘하나?" "아냐, 한 바퀴 반도 넘었어. 그럼 600미터는 넘지." "그러네." 지난 2일 오후, 공원 트랙을 도는 뽀돌이를 보며 아내와 내가 주고받은 말이다. 물론 끈을 연결해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도록 아내와 내가 번갈아 붙들었다. 그런데도 내 눈에는 대단해 보였다. 이날 공원 트랙 위에는 느리고 위태롭지만 분명한 직선 하나가 그어졌다. 노견 뽀돌이가 다시 걸은 500미터 넘는 길이다. 우리 뽀돌이는 네 발 가운데 세 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보행기의 도움을 받고 있다.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채 앞쪽 왼발 하나에 힘을 모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집에서는 거실 천장에 매단 줄에 몸을 받친 채 좁은 원을 그리듯 잠깐씩 걷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봄볕 아래에서, 바람을 맞으며, 직선으로 500미터 넘게 걸었다. 누군가에게는 산책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거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뽀돌이와 다시 이 트랙을 걷기까지는 거의 3년이 걸렸다. 이 공원은 뽀돌이가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누비던 공간이다. 잔디밭에 내려앉은 까치를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아이였다. 풀냄새를 맡다가도 걸음을 멈추고, 앞서가다가도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며 우리 부부를 기다리던 사랑스러운 아이다. 그때는 그런 시간이 늘 있는 일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뽀돌이도 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차츰 걸음이 무너지고 몸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공원을 함께 걷는 일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느려도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걸음을 늦추며 묻는다. "몇 살이에요?" "스무 살입니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