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난 3월 31일 화요일. 멕시코 산타 크루스 호호코틀란(Santa Cruz Xoxocotlán)을 방문했다. 오악사카시로부터 7km 남짓 남쪽에 위치한 이 도시에서는 매년 사순절 기간이면 주변 도시 사람들도 방문해 밤을 함께 보내는 축제가 열린다. 사순절 첫 화요일에 시작되어 사순절의 마지막 화요일까지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축제 '마녀의 화요일(Martes de Brujas)'이다. '마녀의 화요일'이라는 이름이지만, '마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스페인어로 마녀를 뜻하는 'Brujas'가 붙은 이유가 이 축제의 기원이 된다. 17세기 경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도밍고 데 산타 마리아 신부의 주도로 이 지역의 가톨릭 성당(Templo Católico de Santa Cruz Xoxocotlán)을 지으면서 남자들은 야간에도 건축에 동원되었다. 여성들은 콩 타말레스와 파넬라(비정제 사탕수수 설탕)로 단맛을 낸 아톨레(옥수수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풀어 끓인 따뜻한 죽 형태의 전통 음료)를 만들어 소나무 수지로 만든 횃불(후에는 양철통에 기름을 넣고 심지로 불을 밝히는 오일 등불로 바뀜)로 밤길을 밝히며 건축 현장으로 날라다 주었다. 음식을 배달하러 가는 여성들의 횃불이 어둠 속에서 마치 마녀의 불꽃처럼 신비롭게 깜박이는 모습에 이 등불을 '마녀(bruja)'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 소라 나팔 소리로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면 일하던 남편들이 공사장 가장자리로 모여서 함께 온 가족들과 일터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노동을 독려하던 식민 지배자들에게 여성들이 '마녀'가 되어 음식을 날라다 주는 이 방식은 남자들의 노동 시간을 늘리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식민지 시대 성당 건축 노동자들 산타 크루스 호호코틀란은 기원전 500년경부터 번성하여 약 1000년 이상 정치·종교 중심지였던 자포텍(Zapotec) 문명의 고대 수도, 몬테 알반(Monte Albán)의 남쪽 산기슭에 자리한 도시이다. 당시 호호코틀란 주민들은 고대 자포텍 수도의 땅 위에 살던 자포텍족 공동체였다. 오악사카 시에서 호호코틀란으로 가기 위해 합승 택시(Colectivo Taxi)를 탔다. 함께 탄 모녀는 유쾌한 호호코틀란 주민이었다. 자포텍 원주민인지 물었다. "아니요. 순수 원주민은 이 도시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그들은 산속으로 가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모녀의 말대로 10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큰 도시이지만, 메스티소와 다양한 이주민들이 그들이 밀려난 땅 위에서 살고 있다. 식민지 시대 성당 건축 노동자들의 후손들은 누대에 걸쳐 피가 섞이면서 자포텍의 정체성은 희미해졌다.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스페인인과 원주민 혼혈인 메스티소가 사회·경제적 중심 직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원주민들은 더 깊은 오지로 밀려나 차별과 빈곤에 갇히게 되었다. 식민지 시대 원주민의 현실이 반영된 이 축제에서도 원주민은 없고 그들의 음식 문화만 차용된 셈이다. '마녀의 화요일' 축제의 기원인 식민지 시대 성당 건축 노동자 동원은 그 시대의 '엔코미엔다(encomienda, 위탁)'와 '레파르티미엔토(repartimiento, 분배)'제도로 가능했다. 엔코미엔다는 스페인 왕이 정복자나 식민지 개척자에게 원주민 집단을 '위탁'하여, 그들의 노동과 공물을 받도록 허용한 제도이다. 명목상 목적은 원주민을 보호하고, 기독교로 개종시키며, 스페인 왕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원주민의 노동을 착취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제도에 지나지 않았다.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이 엔코미엔다를 통해 원주민 공동체를 지배하면서 과중한 강제 노동과 세금 부담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공동체가 붕괴했다. 그러자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같은 인물들이 그 참상을 알리며 원주민 보호와 권리를 주장했다. 동시에 엔코미엔다 제도의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또 다른 형태의 착취 제도로 등장한 것이 레파르티미엔토이다. 이 후속 제도는 식민 당국이 원주민 노동을 일정 기간 동안 스페인인 광산업자·농장주 등에게 '분배'하는 보다 통제된 노동 제도로, 원주민은 일정 기간 강제로 노동에 할당되고 소액의 임금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이는 원주민 관리 주체가 개인에서 식민 당국으로 바뀐 것일 뿐, 착취 조건은 마찬가지였다. 멕시코의 정체성이 담긴 고대 음식, 타말레 '마녀의 화요일' 축제는 해가 진 뒤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축제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일찍 당도했다. 사순절 동안 6번의 화요일 중에서 마지막 화요일을 방문일로 잡은 것은 이날이 성주간으로 들어간 가장 성대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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