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기상 악화와 참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경기는 두 시간 지연됩니다." 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내리던 지난 4월 첫 주말 새벽.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공지를 받았다. 바람까지 거센 바깥 날씨와 달리, 이상할 정도로 마음 속은 두렵거나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한 기대와 설렘이 공존했다. 일기 예보에서 점점 비가 잦아드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비록 진흙탕 길이 힘들고 달리기 어려울지언정, 젖은 풀과 흙냄새 맡으며 산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의와 장화를 신고 마음껏 비 맞으며 뛰어놀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도로와는 다른, 산 달리기의 매력이다. 마라톤 시즌이 끝나고 산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이 본격 시작되는 시기이다. 3월까지는 산을 달리기에 춥고, 4월부터는 풀코스로 도로를 달리기에는 덥기 때문이다. 1년 내내 크고 작은 경기들이 펼쳐지지만, 트레일 러닝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큰 대회가 전북 장수에서 열린다. '장수트레일레이스'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봄과 가을 두 번 개최된다. 가을 대회에서는 100마일(160km), 100K와 같은 종목도 진행되지만 이번 봄 대회에서는 70K와 38K, 20K, 5K 종목들이 열렸다. 기상 악화로 70K는 38K로 단축되었다. 38K 종목은 대회 홈페이지 소개 그대로 '승마 로드 - 와룡자연휴양림 - 오계치 - 천상데미봉 - 팔공산 - 자고개 - 신무산 - 뜬봉샘자작나무숲 - 수분마을 - 사두봉 - 논개활공장 - 마봉산 - 동촌리 가야 고분군' 순으로 지나가게 된다. 장수는 예로부터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라 하였다. 큰 대회의 흥과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만, 코스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 또한 무척 의미 깊다. 단순히 달리는 것을 넘어, 발 딛는 땅의 이야기를 알면 산을 오르고 내리는 고통도 조금 가벼워질지 모른다.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길 장수 종합경기장에서 출발하여 첫 번째 만나는 길은 승마 로드이다. 승마체험장 근처로 경기 서막을 여는 완만한 구간이다.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느릿하지만 꾸준히 달리며 경기를 즐기자고 다짐하였다. 이어서 와룡자연휴양림의 와룡은 '누워 있는 용'이라는 뜻. 지형이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본격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이다. 치열하고 힘든 구간을 준비한다. 첫 번째 봉우리인 천상데미봉의 '데미'는 전라 방언으로 '더미(무더기)'를 뜻한다. 이름 그대로 '하늘 위 봉우리 더미'로 서서히 고도가 올라가며 선수들을 점점 힘들게 만드는 구간이다. 다음에는 이번 경기 중 가장 높은 팔공산(八公山). 갓바위 석불상으로 유명한 대구 팔공산과 이름이 같다. 여덟 명의 성인이 태어날 명당이라 하여 붙여졌다는데, 과연 운무가 지나는 산 능선을 달릴 때마다 산신령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대회 38km 종목 정식 명칭은 '38K-P'이고 여기서 P가 바로 팔공산을 뜻한다. 팔공산 자락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신선들이 내려와 춤을 췄다는 신무산(神舞山)을 지난다. 전설 속 신선처럼 나 또한 춤추듯 신나게 달리고 싶지만, 깊고 거친 산세를 거쳐오며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라 쉽지 않았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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