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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물 한입에 바다 한가득… 정직하게 우려낸 묵호 복지리[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 Collector
맑은 국물 한입에 바다 한가득… 정직하게 우려낸 묵호 복지리[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동아일보

맑은 국물 한입에 바다 한가득… 정직하게 우려낸 묵호 복지리[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KTX의 속도가 붙을수록 도시의 잿빛 점성이 점점 느슨해지는 걸 느낀다. 창밖 풍경이 건물에서 들판으로, 다시 바다로 바뀌는 동안 마음밭도 그만큼 푸르러진다. 두 시간 남짓, 생각보다 짧은 여정 끝에 닿는 곳이 동해 묵호항이다. 신비하게도 묵호에 도착하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항구 특유의 짠내와 바다를 오래 보고 살아온 이들의 느린 걸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여행자들의 설레는 표정까지…. 이곳에선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를 지키는 것이 흉이 되지 않는다. 게으르고 느리게 산책하던 중 묵호항 근처 골목에서 발견한 집이 ‘동남횟집’이다. 간판도 화려하지 않은데, 문 앞에 내다 건 반건조 생선들이 이 집의 오랜 내공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노포도 특유의 기운을 숨길 수 없는 법이다. 이 집이 그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닷가 식당 특유의 소란스러움 대신 차분한 공기가 먼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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