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꽃샘추위가 찾아온 줄도 모르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두툼한 겨울옷을 다시 껴입고 장갑까지 챙겼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는 주중 하루만 자전거를 타도 됐지만, 이란 전쟁과 중동 정세의 불안 속에 홀짝제로 바뀌었다. 공공 기관의 경우, 지난 8일(수)부터 운행 차량의 홀짝제가 의무화했다. 그나마 차량 5부제까지는 견딜 만했는데, 홀짝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출근 시간 맞추기가 힘들게 됐다는 동료 교사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모두가 홀짝제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지 말라는 지침으로 여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따라야지 별수 없다.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 해도 에너지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공 기관 중에도 특히 미래 세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라면, 교사가 지침을 준수하는 등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주는 게 곧 교육이다. "우리 엄마는 차를 두고 평소보다 일찍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예전과 똑같이 자가용으로 출근하시는 거죠? 그리고 왜 여느 공공 기관과 달리 교문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막지 않는 거죠?" 출근길 교문에서 만난 한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의 어머니는 인근 중학교 교사였다. 다 같은 교사인데, 왜 지침을 누구는 따르고 또 누구는 따르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아이의 지적대로, 학교 주차장에는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교사들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전기차와 응급차량, 11인승 이상 승합차, 임산부와 장애인, 미취학 아동이 탄 차량 등은 홀짝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동문서답일 될 테다. 주차장을 둘러보면, 지침의 예외 기준에 해당하는 차량은 열에 하나꼴도 안 된다. 아이의 질문에 멈칫한 이유 아이의 질문에 쭈뼛거린 건 '정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솔직히 답변했을 때, 그가 보일 반응이 내심 두려웠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게 불 보듯 환하다. 한편으론 그가 집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알게 된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말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민망하다. "글쎄다, 오늘 다들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이지"라고 하며 얼버무렸지만, 기실 '국공립 학교는 의무 사항이지만, 사립 학교는 권장 사항이다'라고 답해야 옳았다.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이고, '권장'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된다. 사립 학교의 교사에겐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여느 때처럼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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