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가장 오래 남는 상처는 사건보다 말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몸의 상처는 아물어도, 누군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는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다 보면 나는 그 사실을 자주 배운다. 특히 요즘처럼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미덕처럼 소비되는 시대에는, 말이 진실의 통로이기보다 누군가를 밀어내는 도구가 되는 순간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거예요"라는 방어막 수업 중이었다. 중요한 개념을 설명하려던 중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한 아이가 당황한 얼굴로 가방을 뒤적이더니 휴대전화를 꺼냈다. 나는 생활규정대로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1주일 뒤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학교에서 흔히 있는 풍경이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가 다가왔다. "선생님, 가방에 있는 줄 정말 몰랐어요. 오늘 저녁 약속 때문에 꼭 필요해요." 나는 차분히 거절했다. 개인의 사정보다 공동체의 약속이 먼저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자 아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알람 소리가 수업에 방해될 만큼... 선생님 수업이 그렇게 열정적이거나 대단하지는 않았어요." 순간 말을 잃었다. 아이는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 "선생님이 평소에 가르치신 대로, 저는 정직하게 제 생각을 말한 것뿐이에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상처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상처보다 먼저 밀려온 것은 질문이었다. 이 아이는 지금 정말 '정직'했던 것일까. 아니면 자기 잘못을 직면하지 못한 채,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불편한 감정을 내게 던져버린 것일까. '사이다'에 취해 '고구마'를 조롱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사이다'를 숭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후벼 파는 독설도 "가식 없어서 시원하다"는 찬사를 받고, 무례한 직설은 "사이다 발언"이라는 이름으로 박수를 얻는다. 반면, 상대의 기분을 살피며 단어를 고르느라 머뭇거리는 사람, 자기 생각을 신중하게 정돈하려 애쓰는 사람은 "고구마 100개 먹은 듯 답답하다"는 비난을 듣기 일쑤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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