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가만히... 움직이지 말고... 내 눈을 똑바로 보세요." 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들이마신 숨을 가슴에 담은 채 그를 바라본다. 그도 내 눈을 바라본다. 쿵쿵쿵쿵,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가 베이스처럼 울려 퍼진다. 그의 하얀 손이 내 뺨 위로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당근!" 안과 진료 중이었다. 며칠 전부터 못 볼 꼴을 본 것도 아닌데, 눈에 이물감이 있었다. 진료 결과, 눈꺼풀 안쪽에 두 개의 결석이 발견되었다. 요로결석처럼 눈에도 잉여지방이 뭉쳐 돌처럼 생긴다고 한다. 마취약을 바르고 핀셋 같은 기구로 압출을 해야 하는 치료였다. 겁 많은 여학생처럼 눈을 크게 뜨고, 의사의 핀셋에 운명을 맡기고 있던 그때였다. 내 얼굴과 의사 사이에 있던 휴대폰에서 분위기를 와장창 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시죠? 그 오두방정 여자 목소리. "당근!" 의사와 나는 동시에 입술을 꽉 깨문다. 나는 창피해서, 의사는 웃음을 참느라. 그런데 눈치 없는 당근 언니는 떼창을 한다. 당근, 당근, 당당당근. 뒤늦게 만난 중고거래, 그리고 목소리 눈 치료를 마치고 나왔는데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병원 문 앞에서 당근 앱부터 열었다. 앞에 당근이 있다면 채찍으로 맴매를 해주고 싶었다. 진동 설정을 안 한 내 잘못보다, 이 알림 소리가 더 밉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집에서 "당근, 당근" 울려 퍼지는 소리가 가족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있던 참이었다. 너는 이제 해고야.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그렇게 호들갑 떨면 어쩌라고. 굿 굿바이. 요란하던 당근 언니는 목소리를 잃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랫동안 당근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연락이 안 되면 어쩌라는 거죠. 멀리서 왔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지난번 깨방정 사건으로 알림을 진동으로 바꿔놓은 게 사달이 났다. 2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님이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휴대폰을 열었고, 일렬로 째려보고 있는 메시지들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물론 전부 내 잘못이라고 하기엔 억울했다. 하지만 알림음만 들렸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씩씩거리며 지하철역으로 가고 있다는 고객님을 사정사정해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7만 원짜리 신발을 자체 네고로 5만 원에 넘겼다. 대화창을 몇 번이나 읽어봐도 억울했다. 이게 다 알림음 때문이다. 욕 먹고, 눈치 보고, 손해 보고, 당근을 했는데 채찍으로 맞은 듯 얼얼했다. 한창 남들이 골목에서 "당근이세요?" 하고 접선할 때 나는 돈을 버느라 짬이 없었다. 집안에 인물값 못하고 잠만 자는 물건들이 눈에 밟혔지만 사진을 찍고, 올리고, 약속을 잡기엔 일상이 녹록지 않았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