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대한민국 균형발전 논의는 오랫동안 하나의 암묵적 전제 위에 서 있었다. '서울이 너무 크다. 그러니 서울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가 그것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설정,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규제자유특구 조성 등 역대 정부가 쏟아낸 정책들은 대체로 이 논리 위에 설계되었다. 결과는 어떠한가. 2024년 현재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일자리의 74%가 수도권에 집중됐고, 100대 기업 본사의 65% 이상이 여전히 서울과 그 인근에 몰려 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켰더니 직원들은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오고, 가족은 서울에 그대로 남아 있다. 혁신도시는 숙소 도시가 됐고, 기업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올바른 질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서울 같은 도시를 몇 개 더 만들 수 있는가'다.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 서울의 역동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역동성을 복제할 수 있는 조건을 다른 지역에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의 목표여야 한다. 글로벌 데이터가 보여주는 두 가지 모델 도시 집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쿄, 파리, 뉴욕, 런던 등 선진국 메가시티는 예외 없이 자국 경제의 거대한 엔진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동일한 메가시티 국가들 사이에서도 전혀 다른 두 가지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과잉 집중형'이다. 파리와 뉴욕은 도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자국 평균의 2.5배, 1.5배에 달한다. 한 도시가 국가 경제를 대표하는 구조로, 나머지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성장의 동력을 잃어간다. 두 번째는 '분산 성장형'이다. 독일의 라인-루르 광역권과 도쿄는 흥미롭게도 도시 1인당 GDP가 자국 국가 평균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이는 도시가 작아서가 아니다. 독일의 경우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등 복수의 경쟁력 있는 대도시권이 병렬로 발전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도시가 독보적으로 클 이유가 없다. 이것이 바로 '서울 같은 도시를 여러 개 만드는 모델'의 실물 사례다. 중국도 주목해 볼 곳이 있다. 바로 '특구(特區) 경쟁 모델'이다. 특정 구역에 차별화된 규제와 세제를 허용하고, 그 성과를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하며 전국으로 퍼트리는 방식이다. 중앙정부가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경쟁하며 자율적으로 최선을 찾는 구조다. 선전이 그랬고, 상하이 자유무역지구가 그 예다. 서울 같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일자리, 교육, 의료. 지금까지 이 세 가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대규모 물리적 인프라 투자가 필요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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